방한 중인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을 함께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에 대응해 또 다시 공을 북한으로 넘겼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21일 서울에서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가진 미-한-일 북 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성 김 대표는 “미국의 조율되고 실질적인 접근법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이에 앞서 열린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미-한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도 여러 차례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성 김 대표] “And hopefully Chairman Kim’s reference to dialogue indicates that it will be the positive response…”
김 대표는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와 대결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고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첫 메시지를 발신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이 언급한 ‘대화’가 "우리가 곧 긍정적인 회답을 받을 것이라는 뜻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또 “미국 역시 대화와 대결 어느 쪽이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성 김 대표의 발언은 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하며 대화에 무게를 둔 듯한 대미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더 적극적으로 미국의 대화 제안에 응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은 올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했고 4월 말 이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북한 측에 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접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 측은 미국의 접촉 제의를 ‘접수했다’면서도 이에 응할지 여부를 아직 회신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국은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규덕 본부장은 미-한 협의에서 “한국 정부는 미-한 간 협의와 조율을 통해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관계와 미-북관계가 상호 이익이 되는 선순환 구조의 복원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미-한-일 북 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미국은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 내내 한-일 양국과 긴밀히 협조했다”며 “앞으로도 동맹국과 다른 협력국들과 계속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모든 유엔 회원국, 특히 안보리 이사국들에 북한이 국제사회에 가하는 위협을 다루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의 이 발언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을 포기하지 않는 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제재 구멍’으로 인식돼 온 중국과 러시아에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압박한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당 전원회의 메시지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 주도권을 겨냥한 계산된 발언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 김 대표의 발언으로 미국이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또 다시 북한에 공을 넘긴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구체적인 제안 없이 그냥 대화만 얘기함으로써 일종의 명분을 북한이 가져 가려고 한다라는 판단을 미국은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바이든 팀은 다시금 공을 넘기면서 미국이 검토했던 완료된 대북정책을 이행할 수 있는 환경으로, 미국이 끌어가도록 판을 이끌어가려는 그런 모습들을 보였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이번 미-한 그리고 미-한-일 북 핵 수석대표 대면협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성 김 대표의 이번 행보는 북한에도 대화를 향한 긍정적 메시지로 비춰질 수 있다며 다만 북한 최고 지도자의 메시지에 대한 회신으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성 김의 행보가 북한에게도 긍정적 메시지로 가 닿을 수 있는 여지가 상당 부분 높아졌다, 다만 성 김 자체가 갖는 무게감이 북한에게 그다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말은 북한을 견인할 만한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해선 성 김이 아니라 그 보다는 좀 더 고위급의 소위 장관급, 수장급에서의 반응들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게 전원회의에 화답하는 방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주재 북한대사와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2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동시에 양국 당 기관지에 기고문을 싣고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다짐했습니다.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는 2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은 기고문에서 “북-중 양국이 긴밀히 단결하고 전략적 협력관계를 끊임없이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면 적대세력의 악랄한 도전과 방해 음모를 분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도 같은 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은 기고문에서 “지금 북-중 관계는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며 “전통적인 양국 친선을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쌍방의 공동 이익에 부합되며 쌍방의 공동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전략경쟁으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에 밀착하는 것은 미국과의 대결 국면에 대비한 차원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결국 대화를 준비한다는 것도 북한으로선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 여건을 만들어놓고 대화하려고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북-중 관계 개선은 북한에게 보다 유리한 협상 여건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겠죠.”
지난 19일 한국에 도착한 성 김 대표는 22일 오전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예방하고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 양국간 대북정책 고위급 양자 협의를 한 뒤 오후엔 학계와 시민사회 인사들을 만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