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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전환기 속 한반도] 5. 전방위로 격화된 미-중 갈등과 한반도


지난해 8월 한국 서울의 한 은행 외환거래소 스크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 서울의 한 은행 외환거래소 스크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2020년은 미국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한 해였습니다. 북한은 바이러스 차단을 이유로 연초부터 국경을 전면 봉쇄한 채 외부와의 인적, 물적 교류를 사실상 중단했고, 이로써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미국과 한국의 움직임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VOA는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 별로 돌아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전방위로 격화된 미-중 갈등이 한반도에 미친 파장에 대해 살펴봅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무역 분쟁에서 비롯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수위를 높이면서 전방위적으로 격화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을 겨냥해 “전 세계에 이 전염병(코로나 대유행)을 불러일으킨 나라”라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must hold accountable the nation which unleashed this plague onto the world, China…”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연일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미국에 대한 역대 최악의 공격으로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9.11테러 보다 더 나쁘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습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국 발원설을 주장하며 중국을 모함하고 있다며, 코로나 발원지 문제는 과학의 영역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인사들이 중국에 불합리한 주장을 펴고 있다는 30쪽에 달하는 반박문까지 발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더 선별적인 제재는 물론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의 간판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모바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대한 각종 규제를 내놓는 등 경제와 안보를 연계한 대중 압박을 가했습니다.

미국은 이와 더불어 홍콩 자치권 훼손과 신장 지역 소수민족 위구르에 대한 인권 침해에 책임을 묻는 제재를 중국에 가하는 등 미-중 갈등은 정치, 경제, 군사 등 전 영역으로 확대됐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지난 7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맞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며, 이 법은 “전 세계 나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This law is an affront to all nations…”

미-중간 군사적 긴장 상태도 두드러지게 높아졌습니다.

미 공군은 지난 8월 B-2A 스텔스 폭격기 3대를 2016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인도양의 미군 기지에 배치한 데 이어 한반도 주변 해역에 전략폭격기 6대를 동시에 출격시키고 일본 근해와 남중국해 인근에서 작전을 펼쳤습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서해 일대에서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중 갈등이 이념과 체제로 대립했던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연상시키는 이른바 ‘신냉전’ 시대로 치닫은 겁니다.

미-중 갈등 심화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공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VOA에 두 나라 문제들의 상호연계성을 감안할 때 미-중 갈등은 대북 압박 공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대북 제재 이행을 꼽았습니다.

[녹취: 오핸런 연구원] “I certainly think that everything is interconnected…”

중국의 입장에선 대북 제재 이행 등 미국이 원하는 대북 협력을 미-중 갈등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 들어 미국은 중국이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에 대한 감시를 느슨하게 하는 등 대북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중국에 철저한 이행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중국은 또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을 때 약속한 식량 60만t 지원을 거의 완료했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보고도 있었습니다.

미-중 갈등은 동시에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운신의 폭을 넓혔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선 굳이 대미 협상에 나서지 않더라도 중국의 후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밀착을 강화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셈법이 작용한 겁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의 한국전 참전 70주년 기념대회에서 연설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의 한국전 참전 70주년 기념대회에서 연설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말 김정은 위원장에게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축하하는 친서를 보냈고, 이에 김 위원장도 답전을 보내며 양국 관계를 ‘동지와 벗’이라고 치켜세우는 등 양국 간 밀착을 대외적으로 과시했습니다.

또 비슷한 시기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일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 두 나라는 한 목소리로 한국전쟁은 미 제국주의의 침략전쟁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한층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중 갈등 속 북-중 밀착 강화는 북한 문제 해결의 길도 쉽지 않게 한 겁니다.

미-중 갈등은 양국 사이에 놓인 한국에도 딜레마를 남겼습니다.

두 나라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동안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상당 부분 중국에 의존해 온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과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에서는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인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의견과, 과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경험한 만큼 중국의 경제력 등을 고려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의 우선순위에 있는 북한 문제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의 고민은 더 깊어졌습니다.

이런 한국의 ‘외교적 딜레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결성한 4개국 협력체인 ‘쿼드’ 참여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폼페오 장관은 지난 10월 일본에서 열린 4개국 쿼드 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의 착취와 부패, 강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협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쿼드 국가들의 단합을 강조했습니다.

[녹취:폼페오 장관] “As a partner in this Quad…”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외무장관이 지난 10월 일본 도쿄에서 4개국 '쿼드' 회의를 열었다. 왼쪽부터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모테기 토시미츠 일본 외무상,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외무장관이 지난 10월 일본 도쿄에서 4개국 '쿼드' 회의를 열었다. 왼쪽부터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모테기 토시미츠 일본 외무상,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트럼프 행정부는 쿼드를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쿼드 플러스’로 확장하면서 내심 한국의 참여를 바라고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결정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정치국 위원을 한국으로 보내고, 최근에는 왕이 외교부장까지 한국에 보내며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일종의 포석을 깔며 미국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이후 최근 또다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무더기로 군용기를 투입해 연합훈련을 벌이는 등 군사 협력관계도 강화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8일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며 공고한 관계를 대외에 과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일 안보협력도 계속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1월 중순 동해와 동중국해 해상에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를 출격시켜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과 2주 만에 또다시 연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중 갈등은 다음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28일 국가안보 브리핑 후 연설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중국 정부가 무역.기술.인권을 비롯한 기타 문제에 대한 훼손에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바이든 당선인] “As we compete with China…”

바이든 당선인은 또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와 동맹들이 우리가 공유하는 이익과 가치 보호를 위한 공동의 대의를 만들기 위해 연합을 구축할 때 우리의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2020년을 마무리하면서 VOA가 준비한 기획보도, 오늘 순서를 끝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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