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근본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불신하고 있다는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중국처럼 일당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개방하는 점진주의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윌슨센터 내 의회관계실은 최근 발표한 ‘북-중 독특한 관계’라는 제목의 메모에서 “북한은 대외무역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에 비교적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의심스러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불신은 전반적으로 북한의 주체사상 때문일 수도 있지만, 1930년대 민생단 사건과 250만 명이 사망한 6.25전쟁, 일본의 식민지배 등 보다 구체적인 사건과 연결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민생단 사건은 중국 공산당이 친일 단체인 민생단과 관련된 혐의로 조선인 공산당원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조선인들을 체포, 살해한 사건입니다.
윌슨센터는 주체사상을 사고방식의 근간으로 하는 북한은 “중국, 일본, 미국의 역사적 점령과 착취로 인해 글로벌화되는 세계에서 더욱 고립주의에 빠져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유발된) “심각한 수준의 불신은 북한의 경제적 특이성과 핵무기 개발로 이어졌다”며 “김씨 정권은 이를 억지와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윌슨센터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핵우산을 확대하는 것을 편안하게 느낀다면 북한이 비핵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영역에서의 합의는 북한의 주체사상과 충돌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윌슨센터는 “중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의 관점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북한 지도자가 국가 생존에 대한 중국의 핵심적인 기여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했다고 믿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미국의 경멸을 공유하지만, 북한 정권 교체는 중국 국경에서의 난민과 인도적 위기를 포함해 중국에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안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권 교체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이 피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이 자국과 미국과 동맹을 맺은 한국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을 고마워한다”며 “궁극적으로 중국은 비핵화보다 한반도의 ‘비미국화’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윌슨센터는 “중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주로 미국과의 경쟁이라는 시각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중국 간 실질적인 협력은 제한적이라는 겁니다.
윌슨센터는 미국의 정책은 북한이 중국처럼 일당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 경제를 세계화에 개방하는 ‘점진주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북-중 관계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많은 정보에 입각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직접적인 위기가 아닌 시기에 북-중 관계를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윌슨센터 의회관계실은 의회에 국제 현안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책 제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경쟁 국면 속에서도 북한 문제는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녹취:프라이스 대변인] “I think it is safe to say that we do have some alignment of interests when it comes to the DPRK and we'll be in a position to explore that.”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과 북한 문제에 대해서 일정 부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양국 간 협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은 최근 꾸준한 밀착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이어지자 중국이 나서 연합훈련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장은 최근 VOA에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나선 것은 ‘생존’ 때문이라며, 중국의 식량, 백신 지원 등 필요에 의한 행동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카지아니스 국장] ““One word, survival. I think the N Koreans are pretty smart in figuring out that the U.S. is not going to be offering any important sanctions relief. They understand that they really need as much food aid from the Chinese as possible with no strings attached.”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의 대북 밀착은 북한이 큰 이유가 아니라며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연대들이 생기고 있어 중국이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