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비난 담화가 남북관계 등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연합훈련이 축소돼 실시됐음에도 북한은 이 훈련에 대한 불만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10일 ‘북한이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한 연합훈련 사전연습 시작날 담화를 통해 미국과 한국을 맹비난했다며,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매년 두 차례 실시하는 연합훈련을 ‘전쟁연습’이라 부르며 수 십년 동안 불만을 표출해 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 정권의 이번 비난은 남북한이 최근 연락통신선을 복원하면서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보인 후 나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문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상당한 정치적 자본을 걸어 놓았다면서, 김여정의 담화는 일부 한국 정치인들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훈련 연기를 주장한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약 2만 8천 500명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 있는 상황에서 최근 몇 년 간 미-한 연합훈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과 대북 외교에 대한 지원을 이유로 연기되거나 규모가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미국과 북한 간 대화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중단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도 ‘김정은의 여동생이 미국에 무시 당한 뒤 군사력 강화를 협박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미-한 연합훈련의 취소를 요구했지만 다음주부터 예정대로 실시될 기미를 보이자 북한이 국방력과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이 신문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한때는 수 만 명의 장병을 동원해 진행되는 큰 규모의 훈련이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로 규모가 축소되면서 지금은 대부분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훈련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문은 또 훈련 규모가 이처럼 축소됐지만 북한은 여전히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여정 부부장의 역할이 최근 몇 년 사이 강화되면서 미국 또는 한국 관계에서 북한 정권의 대변자를 맡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달 북한이 ‘깜짝 움직임’을 보이며 한국과의 연락채널을 복원했지만 이후 김여정 부부장이 미-한 연합훈련이 남북한 간 신뢰를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지난 몇 년 간 대규모 현장 연합훈련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내린 정책 결정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은 김여정 부부장이 미-한 연합훈련을 비난한 직후 북한이 최근 통신선을 통한 한국 측의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말 통신선 복원 이후 남북한은 매일 하루 두 차례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AP’ 통신은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한국의 희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달 13개월 만에 통신선을 복원하기로 한 결정은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양보하도록 설득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오랫동안 미-한 연합훈련에 불만을 표시해 왔으며 종종 군사적 도발로 대응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