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안보협의회 이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모든 상황은 다음달 실시되는 미국의 대선 결과에 달려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 우려에 대해 “다음달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전개 추이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스 전 실장 “트럼프 대통령 재선시 일방적 미군 감축 가능성”
리스 전 실장은 1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계속 교착될 경우, 일방적인 주한미군 감축 결정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do see a possibility of unilateral force reduction on the Korean Peninsula if the President is reelected and the negotiations can’t achieve a mutual outcome. I don’t think that is a good outcome for the United States and I don’t think it is a good outcome for South Korea or the region but I do see that as a possibility if the President is reelected.”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국익과 지역안보에도 좋은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권교체 되더라도 방위비 인상 기대 낮아지진 않아”
리스 전 실장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은 훨씬 낮아지겠지만, 그렇다고 차기정권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이 제시한 인상금액을 그대로 수용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would caution that. For many years, both Democratic and Republican administrations have argued that our allies should contribute more money to their collective defense. This goes back to Senator Mike Mansfield, as far back as the 1960s although the focus was primarily our European NATO allies. So I do think that there will be some call for the ROK which, after all, is one of the richest countries in the world to contribute more. But I don't think that there will be a threat to withdraw US troops from South Korea.”
집단안보를 위해 동맹들이 더 많은 금전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정권에서도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주장은 그동안 유럽 동맹에 국한됐지만 한국이 부유한 나라로 탈바꿈 한 지금은 한국도 보다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민주당도 공유하고 있다고, 리스 전 실장은 밝혔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보다는 훨씬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상에 임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지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는 최근 중국에 초점을 둔 역내 미군 재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곳에 병력을 고정하지 않는 이른바 ‘역동적 병력 전개’ 개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 7월 동맹들의 공정한 방위비 분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전구의 병력을 미 본토로 다시 불러들이는 동시에 인도태평양 역내 순환배치를 늘릴 방침임을 내비쳤습니다.
라이언 맥카시 육군성 장관도 지난 7일 역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지형’ 요소가 향후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며, 전 세계 우방국들과의 관계 정립을 통해 미군 역량이 적절한 지역에 배치돼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미군 재배치 셈법, 경제성 떨어져…미국의 비용 부담 상승”
“파병에도 추가 비용 소요…전진배치 기지, 국익에 부합”
리스 전 실장은 미 국방부가 중국에 초점을 둔 역내 미군 재배치 셈법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연계하는 건 “경제성이 떨어지며,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The cost of basic living in the United States is expensive, where the US would be responsible for 100% of their costs. And then you'd also have to add on the additional expense of getting them back into the theater, should there be a conflict, assuming that you do it in a timely fashion. So the reality is that forward basing for American defense is really something that the United States is doing which is favorable to our national security”
미국 내 기본 주거비가 매우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주둔 미군을 본국으로 불러들일 경우 관련 비용은 온전히 미국이 떠맡아야 한다는 겁니다.
리스 전 실장은 해외분쟁이 발생해 본토 미군 파병이 필요할 경우에도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군의 전진기지들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역동적 병력전개, 미 육군에 적용 힘들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미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동적 병력 전개 개념은 공군이나 해군에는 적용 가능해도 역내 미 육군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f we want to influence the region, we have to be in the region. We can't just be, you know, jumping around from location to location because then we won't have a logistical infrastructure that we'll be adequate for doing any more than carrying out a strike and then running away.”
보급시설이 중요한 육군의 특성상 다양한 지역을 번갈아 이동하는 방식은 미국의 역내 영향력을 오히려 악화시키며, 장거리 타격 뒤 후퇴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를 줄인다는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처럼 한 곳에 밀집돼 있는 현재의 배치구도가 중국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 이른바 A2/AD (반지역/접근거부) 역량에 취약하다는 견해에는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감축에 따른 재배치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며, 미사일 방어체계 확충과 한반도 내 분산 배치 등의 차선책도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이런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군 재배치 셈법, 진정성에 의구심”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현재 국방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효율적 대처를 위해 미군의 역내 재배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독일 주둔 미군 감축 사례를 들며, 에스퍼 장관은 당시 결정이 러시아에 대처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말했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돈을 내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라고 밝혔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런 이중적 발언은 설사 미 국방부의 재배치 논리가 합리적이라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거래적 접근법에 기초하고 있다는 불신을 동맹들에 야기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