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오늘(29일) 새벽 경북 성주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기지 내 노후화된 요격미사일을 교체했습니다. 성주 사드 기지는 아직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으로, 최종적인 배치 결정이 난 상태는 아니지만 주한미군은 이번 미사일 교체를 통해 한국 방어를 위한 연합방어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부는 29일 새벽 경북 성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기지 내 요격미사일 교체작업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28일 늦은 밤부터 29일 새벽까지 주한미군의 성주 기지 교체장비 반입을 위한 육로 수송을 지원했다며, “성주 기지에서 근무하는 미-한 장병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일부 노후화된 장비교체를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는 요격미사일 이외에 교체장비로 노후화한 발전기와 데이터 수집을 위한 전자장비 등이 포함됐고 미사일 발사대는 추가로 반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사일 교체는 기존에 있던 미사일의 노후화에 따른 조치로 같은 수량, 같은 종류로 교체됐다고 말했습니다.
미-한 두 나라는 지난 2016년 7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키로 결정하고 이후 성주에 사드 발사대 6기를 배치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주둔했던 미 육군 제11방공포병여단 예하 ‘델타’ 포대가 한국에 들어와 이를 운용 중입니다.
사드는 고도 40∼150㎞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고층 미사일 방어체계로, 고도 40㎞ 이하의 하층 방어체계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와 함께 다층방어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입니다.
주한미군은 이번 수송작전에 대해 “주기적으로 차량을 이용해 물자를 재보급하고 한국에 배치된 기지의 임무를 지원하고 있다”며 “어떤 위협과 적으로부터도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높은 수준의 대비태세와 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이번 조치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최근 핵전쟁 억제력 강화에 나서겠다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데 대한 강력한 방어 의지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양욱 교수] “북한이 최근 핵 대비태세에 대해서 핵 태세를 전환하겠다, 실전배치 의지를 밝힌 데 대해서 미국은 전반적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어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이번 교체를 통해서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또 이번 미사일 교체가 미국이 추진 중인 사드 체계의 성능 개량과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 2월 2021 회계연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성주의 사드 발사대를 레이더와 분리해 전진배치하고 패트리엇(PAC-3) 발사대와 통합하는 내용의 한반도 사드 배치 성능개량 방안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를 놓고 한국 내 사드 발사대 전진배치는 물론 추가 배치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성주 사드 기지는 주한미군이 2017년 3월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 2기가 배치될 당시 박근혜 한국 정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가 문재인 현 정부가 그해 7월 일반환경영향평가로 전환시켜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현재 임시배치돼 작전 운용 중인 사드 발사대 6기 등 관련 장비의 배치가 최종 결정됩니다.
최현수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장비 수송과 교체 작업에 대해 중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동북아에 새로운 미사일 방어 거점을 구축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대해왔습니다.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책임 소재와 홍콩 보안법 등으로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드 장비 교체로 인한 중국의 반발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홍콩 보안법도 통과돼서 미-중 간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중국은 어떻게든지 한국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예를 들어 추가 발사대가 왔다든지 레이더를 통합한다든지 그런 움직임이면 중국이 반발을 하겠지만 기존의 것들을 대체하는 것 까지는 제 생각에 반발의 강도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한편 이번 장비 수송 과정에서 사드 기지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과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주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공사 장비와 자재 등을 헬기로 이송했지만 이번에는 일부 장비의 규모가 커서 육로 수송이 불가피했고 신종 코로나 전염을 우려해 한밤중에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는 주민들이 장비 반입을 막는 바람에 경찰력 지원을 받아 이동 통로를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 5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