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23일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서 대북제재 완화와 연합군사훈련 중단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협상의 결과로 나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며, 북한이 여기에 호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출연한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은 북한이 내부적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외교가 성과를 거두기가 힘들다고 분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해리스 전 대사, 스나이더 국장과의 대화를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해리스 대사님.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만납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과 관련해 의사소통을 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해리스 전 대사) “북한 문제는 동북아 안보 문제의 중심입니다. 우리는 여러 사안에서 협력을 해야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협력을 해야 하죠. 우리는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이런 제재들은 미국의 것이 아니라 유엔의 제재였고, 중국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두 강대국 간의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냉전이 한창일 때 우리는 소련과 대화를 했었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대화, 대화, 대화’가 ‘발사, 발사, 발사’보다 낫다는 유명한 말을 했었죠. 따라서 모든 단계에서 그런 대화를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진행자) 해리스 대사님. 제재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중국은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해 왔습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기 위해 제재가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해리스 전 대사)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강력한 제재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흥미롭게도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스스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임 행정부의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강력한 제재입니다. 북한의 경우에는 강력한 제재가 필수적입니다. 제재 완화는 협상의 결과여야 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북한이 협상하도록 유인을 하기 위해 제재 완화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제재 완화는 협상의 결과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종의 성공적인 협상으로요. 그리고 거기서부터 가면 됩니다. 실패한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북한을 테이블로 불러들이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는 것 말입니다.”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 해리스 대사님의 견해를 어떻게 보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해리스 대사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것은 대북제재에 대한 미국의 통념이기도 합니다. 대북제재는 2018년부터 실제로 가해졌기 때문에 제재 체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제재가 실제로 강화돼야 할 분야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를 좀 더 직접적으로 겨냥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완화해야 할 다른 분야들도 있습니다.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개방할 준비가 될 때 제재가 그런 흐름에 장애물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진행자) 웬디 셔먼 부장관은 최근 미한일 3국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북한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건데요. 스나이더 국장님. 바이든 행정부가 왜 미한일 3국간 협력 증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까요?
스나이더 국장) “그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동맹국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추구한 전략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또 있는데요. 셔먼 부장관은 1990년대 말 미한일 대북정책조정그룹(TCOG)에 관여한 인물입니다. 따라서 셔먼 부장관이 이런 것들을 강조하거나 바이든 행정부가 여기에 집중한다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죠. 또 (3국 공조 강화는) 일본과 한국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런 어려움들이 대북정책 추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죠.”
진행자) 해리스 대사님. 주한 대사와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경험으로 볼 때 바이든 행정부가 3각 공조를 강조하는 방식이 과거 행정부와 차이를 보이나요?
해리스 대사) “저는 바이든 행정부 초기부터 보인 접근법에 만족합니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와 동맹이 중요하다는 접근법이죠. 2차 세계대전 직후로 돌아가보면 이같은 접근법은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십 구축망이자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의 핵심이었죠. 저는 이 지역의 어떤 나라도 홀로 고립된 상태로 미래를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사로 있을 때 또 군에 있을 때 이런 연설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역내 어떤 중요한 안보나 경제 문제도 일본과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해결될 수 없다고 말이죠.”
진행자)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 역사적으로 두 나라 사이에는 상처가 남아있는데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해리스 전 대사)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 도쿄 방문을 취소했거나 가지 않기로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일본과 한국은 국내 정치와 다가올 선거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내부적으로 복잡해질 것이고 외부적으로는 중요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미국은 오랜 기간 동안 역내 동맹인 일본과 한국에 역사적인 의견 차이를 제쳐 놓을 것을 권고해 왔습니다. 무시하라는 게 아니라 옆에 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3국과 지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경제와 안보 문제들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간 대화자 혹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바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두 나라가 매우 곤란하고 복잡한 역사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합의에 이를지는 한국과 일본에 달린 일입니다. 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안보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급한 현안 해결에 함께 전진하기 위해서 말이죠.”
진행자) 해리스 대사님. 셔먼 부장관은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면서 미국은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발휘하겠지만 많이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전략적 인내’와 다르다는 점을 말하려 하는 걸까요?
해리스 전 대사) “오바마 행정부 때의 대북정책을 ‘전략적 인내’로 보고 트럼프 행정부 당시 접근법을 ‘전부 또는 전무’로 본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은 그 중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문제에서 해결책에 기반한 접근법을 갖는 건 중요합니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묘사한 방식이죠. 따라서 저는 이번 기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건 올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공은 분명 북한 쪽에 있습니다.”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 웬디 셔먼 부장관이 북한에 대해 한 말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웬디 셔먼 부장관의 발언은 외교적 관여와 관련해 북한을 둘러싼 상황이 여전히 불리하다는 인식의 한 형태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내부 문제에 매우 집중을 하고 있죠. 그들은 아직 외교적으로 관여할 준비가 됐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바이든 행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그래서 북한 쪽에 공을 넘기는 것 외에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북한이 공을 넘길 때까지 기다리고,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것밖엔 없습니다.
진행자) 해리스 대사님. 앞서 공이 북한 쪽에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북한을 대화로 복귀시키기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다음 조치가 있나요?
해리스 전 대사) “미국은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어떤 조건 없이 만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습니다. 이보다 더 명확할 순 없죠.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적으로 북한에게 달려 있는 겁니다. 앞서 저는 북한 스스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북한도 대화를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대면 외교를 못하게 한 겁니다. 그래서 저는 현 시점 돌파구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단도직입적이었습니다. 정직하게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뒀습니다. 북한이 그 열린 문을 통과하길 바랍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북한과의 대화에서 초석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쪽에 공이 넘어가 있는 게 맞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만 원해서 되는 일은 아닙니다. 북한의 밝은 미래를 위한 기회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일정 부분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열어둔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진행자) 미국 국방부는 오는 8월 미한 연합군사 훈련 일정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 한국 국회의원들은 연합훈련의 연기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해리스 전 대사) “제 생각에 연합훈련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순진합니다. 현실에 뿌리를 둔 이상주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제재 완화나 훈련 연기, 축소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단 이건 협상의 결과일 때만 그렇습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훈련을 축소하고 심지어 없애는 건 결함이 있는 전략이고, 시작부터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연합훈련들은 한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훈련은 동맹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서 말입니다. 북한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역량이 있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그들의 무기는 우리의 동맹들에 실질적인 위협이 됩니다.”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 같은 질문 드리겠습니다.
스나이더 국장) “이 사안을 다루기 위해서 동맹이 중요한 틀이 된다는 해리스 대사님의 말씀에 강하게 동의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우선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동맹 문제에서 자국 우선정책을 내세우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이 두 국내적 사안들이 북한과 중국으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한 동맹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한국의 국회 의원들은 동맹 접근법이 아니라 북한 우선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리스 전 대사와 스나이더 국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해리스 전 대사와 스나이더 국장의 대담은 한국 시간 24일(토) 오후 9시 VOA 한국어 방송 웹과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