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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 “추석 때 고향 생각 많이 나...경제난 속 주민들 우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난해 9월 한국의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이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이북부조 합동 망향제를 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난해 9월 한국의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이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이북부조 합동 망향제를 했다.

한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는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에게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이 가장 많이 나는 때입니다. 올해는 특히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염려도 생깁니다. 조은정 기자가 탈북민들을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북한에서 추석은 봄철 한식과 더불어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이라고 탈북민들이 말했습니다.

평양 출신으로 1992년 탈북해 미 서부에 정착한 박명남씨입니다.

[녹취: 박명남] “북한에서 제일 큰 명절은 당연히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고 그 다음이 저희한테는 제일 큰 명절이었죠 추석이. 저희 같은 경우에는 차를 한 대 끌고 온 가족이 할머니 산소에 갔었죠. 산소 가서 제사하고 차례상 차려놓고 음식 펴놓고 먹고, 집에 와서 다시 놀고, 제일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때가. 온 가족이 다 모이니까”

가족들과 보내던 날이기에 가족이 제일 많이 생각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녹취: 박명남] “제일 싫은 날이 추석이에요. 제가 서울에 살다 왔는데, 몽땅 고향에 내려가고 거리는 텅 비잖아요. 홀로 거기서 창문 내다보면 내가 여기와서 뭐하는 짓인가 참 외롭고 죄책감 많이 들고. 고향에 두고 온 피해 본 형제 조카들이 있잖아요. 엄청 울었어요 서울 있을 때. 그런데 미국 오니까 추석이 안 그러니까 덜 한데 고향 생각은 나죠.”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으로 2008년 영국에 정착한 최승철 전 재영한민족협회 회장도 추석 때 마다 형제들과 아버지 산소를 찾곤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음식 등 성묘를 위한 준비는 어머니가 모두 주도했던 것으로 기억했습니다.

[녹취: 최승철] “추석 쯤 되면 집 생각이 많이 나요. 한국에 2002년도에 왔으니 18년 됐네요. 그 동안 한번도 엄마를 못 봤지만 작년에 한 번 누님을 통해 편지를 받고 어머님이 잘 계신다는 사진도 받았는데, 이럴 때 쯤이면 우리 엄마 지금도 아버지 상 펴놓고 형제들 닥달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평안도 출신의 갈렙 조 씨도 추석은 친척들과 한데 모여 전, 송편, 생선 등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명절로 기억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추석이라고 특별히 기념하지 않지만, 올해는 소회가 남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렙 조] “미국에서는 보통 일하는 날이니까, 평일처럼 취급되니까 일하느라 못 알아챌 수도 있거든요. 근데 올해는 특별하게 생각이 나네요. 미국에 와서 오래 되면서 점점 옛날에 잊어버리고 살던 것들이 생각나는게 있는 것 같아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으니까 좀 더 추석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나는 것 같아요.”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 그레이스 조 씨가 지난해 11월 백악관 행사를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 그레이스 조 씨가 지난해 11월 백악관 행사를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모두의 일상이 바뀐 가운데, 특히 수해까지 겹친 북한 주민들이 추석 명절 모습은 어떨 지 탈북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습니다.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정착했고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한 그레이스 조 씨입니다.

[녹취: 그레이스 조] “참 안타깝죠. 미국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쿼런틴(격리)을 하지만 생활에 큰 지장은 없잖아요. 북한에서는 코로나라 하면 장마당에서 팔고 사는 것도 큰 지장이 될 거고... 사람들의 삶이 더 궁핍해지고 어려워지고 많이 힘들지 않을까.”

함경북도 출신으로 미국 중서부에 정착한 대니얼 김 씨도 같은 마음입니다.

[녹취: 대니얼 김] “여기서는 자유스럽게 저희도 탈북자들 다 함께 모여서 명절을 쇘습니다만 안타깝죠 거기 남아있는 분들 삶이 말이 아니죠.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국경 봉쇄를 해서 장마당에 물가가 열배 이상 올랐거든요. 그래도 추석에는 조상들한테 부모들한테 다 갈 겁니다. 의리가 있는 나라니까, 풍습이 그렇지 않습니까.”

영국의 최승철 씨도 북한 주민들의 이웃간 정, 가족간 우애는 여전히 남다르다며 이번 추석에도 주민들이 정을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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