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개선을 모색하는 국제 행사에서 영어와 전문 지식 등 역량을 두루 갖춘 탈북 청년들의 발언이 늘고 있습니다. 오는 20일 하버드대학이 개최하는 행사에는 미국 등 3개국에서 활동하는 탈북 청년 7명이 초청됐는데요, 미국의 전직 관리는 민주주의의 장점을 누리는 것이라며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하버드대 공공정책 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의 벨퍼센터와 카르인권정책센터가 오는 20일 탈북 청년 7명을 초청해 화상토론회를 엽니다.
대학 측은 홈페이지에서 미국과 영국, 한국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탈북 청년들을 통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게 행사의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행사를 기획한 벨퍼센터의 백지은 연구원은 16일 VOA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 내 열악한 인권 상황을 알고 있다며, 이제 국제 시민사회가 실질적으로 북한의 자유와 인권 증진을 위해 어떤 투자를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지은 연구원] “How do we invest in the freedom of North Korea? I think most people know the human rights situation is bad. How do we then move forward, what can we do as a civil society practically moving forward about human rights in North Korea?”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에 눈물을 흘리고 감정이 동요되며 도덕적 의무감을 강조하는 기존의 북한 인권 이미지를 벗어나 북한과 국제사회를 모두 경험한 전문직 탈북 청년들이 국제 시민사회에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란 겁니다.
백 연구원은 기존의 탈북민 구출과 성공적인 정착 지원, 리더십 개발, 대북 정보 유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금전적 기부뿐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궁극적으로 북한인들의 자유와 역량 강화를 돕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학생 단체가 아닌 전직 고위관리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이끄는 하버드대학의 두 연구 센터가 최초로 탈북민들만을 초청해 행사를 여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행사에는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이성민 씨와 인기 유튜버 겸 작가인 박연미 씨, 평양 고위간부 출신 자녀로 워싱턴에서 컨설팅 활동을 하는 이현승·이서현 남매, 미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성주 씨가 초청됐습니다.
또 최근 영국 지방선거에 출마한 티머시 조 씨와 한국의 탈북민 정착 지원단체인 우리온의 박대현 대표 등 모두 해외에서 학위를 받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 탈북민들이 토론자로 나섭니다.
이렇게 외국어와 전문성 등 역량을 갖춘 탈북민들의 국제 행사 참여가 최근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강연 행사인 TED에는 탈북민 조셉 김과 박연미, 이현서 씨가 출연해 유창한 영어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했고, 최근 북한자유연합이 주최한 여성 인권 토론회에는 미국 탈북 난민 1호 출신인 데보라 최 씨와 영국 지방 선거에 출마한 박지현 씨 등이 토론자로 나섰습니다.
또 다음 달에는 민간단체 FSI가 아시아 지역 토론 행사의 일환으로 정유나 씨 등 탈북 청년 4명을 초청해 ‘내게 자유란 무슨 의미인가?’란 주제로 영어 화상토론회를 엽니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인 유튜브에는 적어도 10명의 탈북 청년들이 영어로 북한과 외부 세계를 비교하고 자신의 생각과 체험을 나누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5일 VOA에, 탈북민들이 정착 국가의 정치와 공공 분야 등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it's a positive sign that the North Korean defectors are engaged and active in in politics and in public life in countries that they have gone to,”
톰 랜토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이 독일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 대학살에서 생존한 헝가리 난민 출신으로 미국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돼 미국과 전 세계 인권 개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탈북민들이 자신의 역량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란 겁니다.
킹 전 특사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와 꽃제비 출신 지성호 씨가 한국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최근 영국에서 탈북민 2명이 지방선거에 출마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장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is is one of the advantages of democracies where people are allowed to come and become citizens and participate. One of the strengths of the United States is the fact that we have people with such diverse backgrounds, who are American citizens and who contribute to the well-being of the country. I think that's wonderful.”
사람들이 이주해 와서 시민권자가 되고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장점 중 하나로, 미국은 특히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국가의 복지에 기여하기 때문에 탈북민들의 참여는 훌륭한 일이란 겁니다.
최근 영국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티머시 조 씨는 VOA에, 한국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비약적으로 이뤘듯이 북한인들도 독재 정권 때문에 기회가 없었을 뿐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결국 한반도의 DNA는 한국 사람이나 북한 사람이나 제가 봤을 때는 다 똑같이 갖고 있고. 신이 주신 선물을 다 각자 갖고 있기 때문에. 근데 그것을 펼칠 공간이 없었던 겁니다. 북한이란 자체가. 그런데 열려 있는 세상에 와서 이렇게 저희가 스스로를 다른 방향으로 리드할 수 있었잖아요. 꿈을 향해서. 그런 선택권이 저희에게 있는 게 영국이고 미국이고 민주주의 국가인데 북한에는 없는 겁니다.”
조 씨는 북한 인권 운동도 세대가 바뀌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공부하고 역량을 쌓은 젊은 탈북민들이 북한 정권에 변화의 도전장을 계속 내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세대가 바뀌어 가는 게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20년 전까지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부모님 세대가 탈출해 나와서 운동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교육을 받고 등장하고 나서서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서서히 상대를 향해 도전장을 내민다고 해야 될까요?”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