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영어로 북한 내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탈북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10여 개 채널을 운영 중인 이들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등 파급력이 매우 높다며, 북한의 변화와 재건을 위한 마중물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지낸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태영호TV)을 통해 영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Hello Nice to meet you all. My name is The Yongho..”
태 의원은 ‘북한이 왜 기독교를 말살했을까?( Why did the Kims exterminate Christianity?)’란 주제로 북한 정권이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처럼 종교를 박해하지 않고 아예 말살한 이유가 북한 정치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유창한 영어로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The main reason for the extermination of the freedom of religion in North Korea is related to current North Korean political structure.”
태 의원은 북한은 십계명 등 기독교 교리를 모방해 10대 원칙 등으로 지도자를 신격화시켰고 세계 공산주의 역사상 유일하게 권력을 3대째 자녀에게 세습했다고 설명하며, 이런 종교 성향의 정치 구조를 먼저 알아야 북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박연미 씨가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Voice of North Korea by Yeonmi Park’ 채널, 북한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평해튼’ 채널을 운영하는 이현승-이현서 남매, 탈북 난민 출신 에벌린 씨가 운영 중인 ‘Evelyn’ 채널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북한 지도자 가족에 대한 폭로에서부터 자유를 찾아 나선 탈북민들의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를 소개하는 박연미 씨 채널은 개설 반년 만에 구독자 수가 5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녹취: 박연미 씨 채널] “Silence of North Korean people..."
박 씨는 16일 VOA에, 영어 때문에 다양한 국적의 젊은이들이 방송을 찾고 있다며, 과거 유엔이나 대면 행사를 통해 북한 실상을 알리는 것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연미 씨] “브라질, 인도, 영국 이런 나라들, 미국도 관심이 많지만, 진짜 전 세계가 다 관심이 많아요. 핀란드, 폴란드…의외의 나라에서 정말 관심을 많이 보여주셔서 정말 영어가 큰 장점이 된 것 같아요.”
특히 자신뿐 아니라 영어를 구사하는 탈북민 청년 유튜버들이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를 젊은 세대 취향에 맞게 제작하면서 인권 운동의 경향도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박연미 씨] “유튜브가 문을 열어준 것 같아요. 메인스트림 쪽으로 갈 수 있게! 특히 젊은 층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니까. 과거에는 박상학 씨, 강철환 씨 같은 분들이 하시다가 이제는 젊은 친구들, 영어도 많이 하는 친구들이 하니까 북한 인권 문제에 젊은 층도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다행히.”
박 씨는 한국에서 미국인 자원봉사자와 친구들을 통해 영어를 배운 뒤 유학 생활을 하면서 영어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북한 젊은이들도 이런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평해튼 채널] “Welcome back to Pyongyanghattanite. I’am Hyun Seung Lee who is a North Korean escapee.”
지난해 말 ‘평해튼’ 채널을 개설한 이현승· 이서현 남매는 본인들이 평양의 학교와 무역회사 등에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북한 정권의 자금 조달 체계 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현승 씨는 16일 VOA에, “북한을 경험한 북한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국제사회에 직접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씨] “이때까지는 한국을 통해서 북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한국을 통해 북한을 알리는 데 집중했고, 오신 분들이 아직 영어 수준이 안돼서 하고 싶은 말도 통역의 입을 통해 하게 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북한 사람들도 스스로 준비가 돼서 자체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들 스스로 국제무대에 서는 게 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씨는 또 탈북민 청년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북한 내부의 주민과 해외 파견 인력들에게도 삶에 대한 도전과 자긍심 등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최근 담화에 담긴 저속한 표현 등 북한 수뇌부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도 영어로 반박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씨] “북한의 김여정이나 수뇌부가 국제사회나 한국에 대고 무작정 매우 저속한 말로 욕하고 잘못된 성명을 낼 때 여기에 반박하는 성명을 내고, 이런 것들을 영어로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역할을 하려 하고 그래서 (이를 위해) 젊은 (탈북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탈북민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민간단체 ‘FSI’(Freedom Speakers International) 등의 도움으로 영어를 배워 유튜브 방송을 하는 탈북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녹취: 박은희/정유나 씨 채널] "Welcome to my channel. My name is Eunhee park and I'm a North Korean defector...
‘Eunhee from North Korea’를 운영하는 박은희 씨, 탈북민들이 출연하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정유나 씨가 지난해 말 개설한 ‘Yuna from DPRK’, 10대 후반에 북한을 탈출해 최근 서울대를 졸업한 허준 씨가 영어 또는 영어 자막과 한국어로 제작하는 ‘Humans of North Korea’ 채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민 영어 유튜버의 원조 격인 허준 씨는 구독자가 24만 명에 달하며, 북한 사람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과 포옹을 주제로 한 동영상은 조회 수가 1천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6일 VOA에, 영어 또는 영어 자막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탈북민들이 증가하는 현상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e fact that North Korean defectors are increasingly give their messages in English, or with at least English subtitles, is an important step forward because this shows they recognize how important global opinion will be in determining what happens in North Korea.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의 여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탈북민들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한 진전이란 겁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또 북한에 관한 탈북민들의 이야기와 아이디어, 분석을 영어로 전달하는 것은 한반도보다 훨씬 폭넓은 청중에게 다가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o relate their stories, ideas, and analysis about North Korea in English means reaching a much wider audience than just the Korean peninsula. What this also indicates is concerns about President Moon Jae-in’s lopsided policy…”
그러면서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북한 내 심각한 인권 침해에 침묵하고 많은 탈북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우려스럽고 안타깝지만, 탈북민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