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대북 제재 위반과 금융사기, 자금세탁 공모 혐의로 북한인 2명과 말레이시아인 1명을 기소했습니다. 특히 피고 중 한 명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와 동일 인물로 보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미 법무부가 11일 북한인 리정철과 리유경, 그리고 말레이시아인 간치림 등 3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들 세 명이 대북 제재 규정 위반과 금융 사기, 자금세탁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피고들이 북한의 고객들을 대신해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미국을 통해 미 달러화를 거래하는 위장회사를 설립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리정철과 리유경은 부녀 사이로 적어도 지난 2015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했습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회사 소속 간치림과 공모해 물자를 구매 후 이를 북한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리정철 등은 지난 2016년 1월, 베트남의 한 업체에 물품을 주문 한 뒤 이를 북한에 있는 '조선경은무역회사'로 수송되도록 했습니다.
기소장엔 당시 리정철 등이 구매한 물자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다만 20만 달러 상당인 것만 드러났습니다.
특히 이 대금은 말레이시아에 설립된 위장 회사를 통해 미 달러화로 베트남 업체에 결제됐습니다.
리정철 등은 또 대북 제재로 북한으로의 물자 수송을 꺼리는 업체에 거액을 지급하며 청탁하기도 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한 업체가 지난 2015년 10월 북한 남포로 물류를 수송하는 비용을 묻는 리정철에게 “제재 위반 우려로 견적을 내 줄 수 없다”고 밝히자 리정철은 2016년, 물자 수송을 부탁한다며 이 업체에 17만 5천 달러를 전달했습니다.
또한 리정철과 리유경, 간치림 세 명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무역 활동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는 내용을 인지했음에도 제재를 회피해 일을 진행하는 것을 공모했다고, 기소장은 지적했습니다.
이번에 기소된 리정철은 지난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독살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다 추방된 유력 용의자와 동일 인물로 보입니다.
기소장은 유엔 전문가패널이 김정남 사건과 관련해 리정철을 조사했다며, 리정철이 사건 초기에 말레이시아 당국에 구금됐다 2017년 3월 3일에 추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기소장은 이번에 기소된 내용은 해당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보도자료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위반은 북한 정권을 부유하게 만들고, 이들이 불안정을 초래하는 활동에 계속 자금을 제공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 법무부는 대북 제재 위반 활동에 대한 조사와 기소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데머스 차관보는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