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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정보 유입 등 '북한 인권 증진 예산' 상당한 격차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미국과 한국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사용하는 예산 액수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대북 인권 예산을 줄이고, 미국은 늘리는 추세가 통계로 확인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기금을 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은 이번 주 VOA에, 올해 회계연도(FY2020) 북한 프로그램에 552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재단 측은 민간단체들이 북한 내 인권 개선과 민주화 촉진을 위해 진행하는 22건의 프로젝트에 482만 달러를 지원했고, 산하 두 기관의 대북 프로그램에 69만 9천 달러를 지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2020회계연도 예산안을 채택하며 북한 인권 증진 목적으로 NED에 600만 달러를 배정한 바 있습니다.

NED 관계자는 올해 북한 프로그램은 북한 내 시민사회 구축을 위한 민간시장의 역할 이해, 북한 주민들의 독립적인 사고 능력 강화,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전략 협력 강화 노력을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의 독립적인 정보 접근 확대, 북한에 대한 정확한 뉴스 제공, 인권 증진을 위한 탈북 여성의 역할 강화 활동을 지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단체는 특히 북한 안팎의 정보 흐름 활성화와 탈북민들이 북한 인권 증진에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의회가 21일 채택한 내년(2021)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NED 지원 예산을 3억 달러로 증액한 만큼 북한 관련 프로그램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무부도 대북 정보 유입 등 북한 인권 증진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이 관리하는 경제지원기금(ESF)의 대북 인권 증진 프로그램을 강화해 2019 회계연도부터 해마다 적어도 400만 달러를 편성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무부가 올해 민간단체들을 대상으로 설명한 대북 지원 공모에 따르면 상당 부분이 탈북민들의 대북 방송 지원 등 북한 안팎의 정보 흐름을 강화하는 데 투입되고 있습니다.

미 정부의 이런 대북 정보 유입과 인권 증진 활동 지원은 미 의회가 지난 2018년, 이런 활동의 강화를 명시한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안을 채택한 이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가령 NED의 대북 민간 프로그램 지원은 2016 회계연도에 206만 달러에 달했지만, 올 회계연도에는 거의 2.5배인 482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국무부도 2017 회계연도에 북한 인권 증진과 정보 촉진 등 명목으로 265만 달러를 지원했지만, 이후 최대 400만 달러로 증액했고 내년에는 규모를 더 확대할 예정입니다.

미 의회는 21일 채택한 정부 예산안에서 국무부의 경제지원기금(ESF)에 올해처럼 대북 인권 증진 목적으로 400만 달러를 배정하고, 별도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500만 달러를 편성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는 앞서 VOA에 이런 공식 예산 외에 국무부 내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탈북민 리더십 강화와 교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국장은 VOA에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한국 내 많은 북한 인권단체들의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민간단체들에 지원하는 예산은 거의 없고, 기존 후원기업들도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하는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기부가 대폭 줄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VOA가 최근 한국 통일부로부터 받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내년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은 북한인권 개선 정책 수립과 추진비 3억 3천 700만원, 북한인권기록센터 운영비 7억 6천 600만원 등 총 11억 300만원, 미화로 1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은 미국과는 반대로 규모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22억 6천만원이었던 관련 예산이 올해는 12억 7천만 원으로 거의 절반이 줄었고, 내년에는 다시 1억 7천만원이 감소했습니다.

지난 2011년 12월 한국 임진각 망배단에서 탈북민 단체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리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한국 임진각 망배단에서 탈북민 단체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리고 있다.

한국 내 대북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24일 VOA에, 이런 예산마저 민간단체들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통일부 자체 운영비가 대부분이어서 의미가 별로 없다고 지적합니다.

통일부 상황에 정통한 한국 내 복수의 소식통은 25일 VOA에, 통일부가 비공개 정보비 등을 통해 민간단체들에 몇 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는 NED가 민간단체 1곳에 지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VOA는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에 정확한 지원 규모를 질문했지만 비공개이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한국 내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미국과 한국 정부의 대북 인권 증진 지원은 규모가 너무 달라 비교조차 하기 힘들다며, 매우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의 북한 인권 조사기록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입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인권단체들의 활동을 촉진한다, 지원한다는 마인드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고 단속과 검열 또는 문을 닫게 한다는 마인드로 바뀐 개탄스런 상황입니다. 단체들이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나 집권여당은 이런 것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지원하는 기금이 상당 부분을 떠받쳐주는 상황이 됐습니다. 훨씬 부끄러운 상황입니다.”

이 대표는 한국도 국회가 제정한 북한인권법에 따라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처럼 정부 교체에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인권 증진 활동을 지원할 재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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