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자국 내 인권 상황에 대한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데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특히 이런 경향은 2014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나온 이후 더 두드러졌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샌드라 페히 일본 소피아대학교 교수는 5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정권이 자국 내 인권 침해 상황을 부정하는데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페히 교수] “…the book looks extensively at how North Korea denies its human rights violations with video…”
지난 2년 간 미 하버드 법대의 인권 프로그램에서 방문 교수로 지낸 페히 교수는 앞으로 발간할 책 “국가와 거짓말, 비디오”에 이런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페히 교수는 이 책에서 북한 뿐 아니라 중국, 캄보디아, 사우디아라비아, 미얀마 등이 영상을 통해 자국 내 인권 상황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있는지 조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자신들이 저지르는 인권 침해를 부정하거나 무고한 척 하기 위해 영상을 활용한다는 겁니다.
페히 교수는 북한의 경우 관영 방송이 종종 탈북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뉴스 보도를 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인권과 탈북민, 북한으로 귀환한 탈북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 보고서가 발간된 후 그 수가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나, 길거리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나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에 올려 공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페히 교수는 이같은 영상들은 유엔이 비판하고 있는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페히 교수] “North Korea, by comparison, forces family members, neighbors, friends, co-workers and anyone who came into contact with defectors who have spoken out about rights violations in the North, to denounce the defector in lengthy documentaries.”
북한 정권은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탈북민들의 북한 내 가족이나 이웃, 친구, 그리고 동료 등을 동원해 탈북민들을 비난하는데 다큐멘터리를 이용한다는 겁니다.
페히 교수는 이 영상들은 북한 정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면서, 탈북민의 영상과 가족들의 사진, 탈북민의 인격에 대한 묘사 등을 담아 북한 정권이 전달하고자 하는 강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영상들이 북한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북한 내 인권 침해 상황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페히 교수] “The cases from North Korea also shaming the individual, mercilessly shaming them.”
북한 정권은 이런 영상을 통해 한 개인을 무자비하게 수치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한다는 겁니다.
페히 교수는 또 북한 정권이 겉보기에는 정상적인 취재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탈북민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지나친 비난이 오히려 다큐멘터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페히 교수는 북한 정권이 이같은 영상을 통해 진실을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 정권에게 큰 무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내 시청자들이 자신들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도록 한다는 겁니다.
페히 교수는 북한 정권이 국제 사회에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탈북민 사안을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맞춰 다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