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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여성들, 수감시설서 성범죄 노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28일 공개한 ‘여전히 고통스럽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구금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보고서 표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28일 공개한 ‘여전히 고통스럽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구금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보고서 표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여성 교도관이 여성 수감자를 감독하게 하는 등 북한이 국제 인권 표준에 따를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구금시설 내에서 성범죄에 더 빈번하게 노출된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28일 공개한 ‘여전히 고통스럽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구금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 여성들이 체포나 구금될 때 성별에 따른 인권 침해를 경험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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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로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면담한 북한 여성 100여 명 중 일부는 교도관에게 직접 성폭행을 당하거나 다른 여성들이 교도관에게 성폭행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로셀 대변인] “Some women reported sexual violence by guards or seeing other women being sexually abused by guards… UN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Michelle Bachelet described these women's stories as heartbreaking. These are women who have often been the victims of exploitation and trafficking, who should be taken care of. Not detained and subjected to further human rights violations, she said.”

리즈 트로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
리즈 트로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

트로셀 대변인은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가슴 아픈 이야기라고 표현했다고 전했습니다.

바첼레트 최고대표는 그러면서 이들 여성들이 착취와 인신매매의 피해자로서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이지, 구금되고 더한 인권 침해를 직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트로셀 대변인은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구금된 여성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적절한 식량 접근성 등 기본적인 보호 조치 혜택을 받는 경우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는 강간, 강제 전신 탈의, 강도 높은 신체 수색이나 강제 낙태 등 여러 형태의 성폭력의 피해자라고 지적했습니다.

성별에 따른 신체 혹은 언어 폭력을 포함한 성폭력을 당할 위험이 북한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겁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를 어머니로부터 빼앗아 살해하거나 강제 낙태 등 성과 재생산 보건과 권리를 침해받는 사례도 거론됐습니다.

또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신체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예를 들어 식량권이 보장되지 않아 생리 주기가 영향을 받거나 임산부와 수유부, 아이는 영양실조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국제 인권 표준에 따르면 반드시 여성 교도관이 여성 수감자를 감독하도록 돼 있다며, 북한이 이같은 국제 인권 표준에 따를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여성 수감자에게 배당된 감옥 내 시설은 여성 관계자 권한 하에 두어야 하며, 남성 관계자는 여성 관계자를 동반할 때만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성폭력과 젠더 기반 폭력 중에서도 특히 강간, 성희롱, 성착취를 방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면담한 북한 여성 모두 구류장과 집결소에서 여성 구금자를 담당한 이들이 거의 모두 남성 관계자였다고 진술했다면서, 북한에서 여성 구금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문을 남성 조사관이 진행하고 교도관도 남성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보위성 심문관이 여성을 조사하는 모습. 북한 선전부 출신 탈북자가 그린 그림으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관련 보고서에 삽입됐다.
북한 보위성 심문관이 여성을 조사하는 모습. 북한 선전부 출신 탈북자가 그린 그림으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관련 보고서에 삽입됐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2010년 여성권리보장법을 채택하고,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의 일환으로 사법부 독립성을 강화하고 공정한 재판를 받을 권리와 적법 절차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도록 한 권고를 수용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구금시설 등에서 독립적인 인권 감시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구금자가 처한 환경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데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국가로서 구금된 이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국제 인도주의 기관이 구금시설 내 필요를 평가하고 기본적인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국제 인권 감시 관계자가 모든 구금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 국민 모두에게 출입국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법과 실제에서 보장하고, 북한으로 돌아오거나 송환된 이들 모두가 자신의 인권을 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하며, 변칙적으로 국경을 넘은 사유 등으로 징역형이나 다른 형태의 처벌을 받지 않도록 즉각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인신매매 피해자가 징역형이나 다른 형태의 처벌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고, 이들 피해자가 적절한 보호 제도와 의료적, 정신적,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여성 수감자의 건강을 위한 최소 바닥 면적, 조명, 난방, 환기 등과 관련해 필요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거주시설이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밖에 성폭력을 포함해 구금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혐의 전수를 즉각 공정하게 조사하고, 구금자가 인권 침해 건을 신고할 수 있는 안전하고 기밀이 유지되는 창구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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