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단체들이 유럽연합(EU)의 세계인권제재 체제 채택을 환영하며 북한에도 적극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인권을 탄압하는 북한 관리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하지만 제재보다 국제협력과 국제 사법체계 회부 등으로 개선을 압박하는 게 낫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교연대(CSW)는 10일 VOA에, “유럽연합이 채택한 ‘세계인권제재 체제’를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 담당 선임분석관은 새 인권 제재 체제가 전 세계 독재자들이 중대한 인권 탄압을 저지르면서도 처벌받지 않는 상황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이기 때문에 “유럽연합이 김정은 독재정권에 즉각 이런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로저스 선임분석관] “North Korea’s regime is the most repressive in the world, and so I urge the EU to impose these sanctions on Kim Jong-Un’s dictatorship immediately.”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 라이츠 워치는 “유럽연합의 세계인권제제 체제는 끔찍한 인권 탄압을 가하는 김정은 등 북한의 당과 군부 고위 관리들에 대응한 국제 연대를 확대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필 로버트슨 HRW 부국장] “The EU’s new global human rights sanctions regime is important because it expands the global coalition that can take on the horrific rights perpetrated by North Korea’s senior party and military leaders, including right up to Kim Jong-un.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이날 VOA에 보낸 성명에서 유럽연합이 실질적인 인권 제재를 가하는 미국에 동참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대한 인권 침해를 가하는 “개인과 기관들이 유럽연합 금융망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련 제재는 북한 엘리트들이 김씨 정권 유지를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고통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은 공개처형과 끔찍한 정치범수용소 유지, 다른 구금시설과 주민들에 대한 조직적인 학대에 워낙 많은 군부와 정치 인력들이 연루돼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조기 제재에 있어 주요 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North Korea is a prime target for early application of the EU sanctions because there are so many military and political personnel involved in public executions, maintenance of horrific political prisoner camps and other detention facilities, and systematic abuse of the people.”
이어 휴먼 라이츠 워치가 유럽연합에 이런 제재를 촉구해 왔기 때문에 매우 고무돼 있다며, 그러나 “이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앞서 전 세계에서 대량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고문, 국민의 노예화, 강제실종 등 중대한 인권 탄압을 가하는 개인과 기관들에 여행 제한과 유럽연합 내 자산동결 등 금융망 접근을 금지하도록 하는 ‘세계인권제재 체제’를 채택해 승인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중대한 인권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처벌받지 않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실질적인 제재를 통해 유럽연합의 기본 정책 가치인 “인간의 존엄과 자유, 민주주의, 평등, 법치, 인권 존중”을 확산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렘코 브뢰커 교수는 10일 VOA에, “유럽연합의 새로운 세계인권제재 체제는 그 자체로 매우 좋은 소식”이라면서 북한 고위관리들의 인권 유린이 국제사회에 광범위하게 기록돼 왔음을 강조했습니다.
[브뢰커 교수] “The new global human rights sanctions regime of the EU is in itself I think very good news…it does include North Korea and its leaders - human rights abuses in the DPRK have after all been extensively documented.”
브뢰커 교수는 그러나 새로운 제재 체제가 실제로 어떻게 실행될 것인지, 또 보이는 것처럼 포괄적이고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 내 인권 침해 문제는 관련 대응 수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정치적 의지 부족이라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저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브뢰커 교수] “I think you might agree that the problem with human rights infringements in the DPRK and doing something about them is not perse the lack of relevant instruments but a distinct lack of political will,”
브뢰거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내 인권 침해를 줄이기 위한 유럽연합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새 인권제재 체제에 동반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앰네스티는 그러나 제재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습니다.
이 단체의 아놀드 팡 동아시아 담당 조사관은 이날 VOA에 보낸 성명에서 “제재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반적으로 순효과가 없다는 것이 단체의 입장”이라며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팡 조사관] “Amnesty International is of the position that sanctions do not usually have a net effect on human rights, whether positive or negative. I would tend to agree that such is the case on North Korea.”
팡 연구원은 이어 “북한 정부가 암울한 인권 기록을 개선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팡 연구원] “It is very important that the North Korean government improve their dismal records on human rights and cooperate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 making that happen.”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이런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기보다 제재가 이뤄지는 상황을 기다렸다는 게 처참하다고 밝혔습니다.
팡 연구원은 국제앰네스티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유엔에 제재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국제 사법체계 회부를 촉구하는 등 광범위한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유럽연합 대변인은 9일 세계인권제재 체제의 대북 제재 가능성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새 체제가 어떤 케이스에 적용할 것인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EU 대변인] “It is too early to say to which cases the new regime will apply. We (EU) already implement UN sanctions, including travel bans and asset freezing.”
그러면서 유럽연합이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해 여행 제한과 자산 동결 등 유엔의 대북 제재를 이미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