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당국이 최근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해당 단체 대표는 한국 경찰이 북한 김정은을 보위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경찰은 6일,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서울 경찰청은 “관련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29일 비무장지대와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 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미화 1달러 지폐 5천장을 대형 기구 10개에 나눠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3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법률인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후 첫 대북 전단 살포 행위로 알려졌습니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에 대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미화로 약 2만7천 달러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박 대표의 주장 이후 내사를 진행하다가 최근 이 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압수수색과 함께 경찰은 박 대표에게 오는 10일 경찰에 출석하라는 통지서도 보냈습니다.
박 대표는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할 것”이라면서도 “북한 김정은 총비서를 보위하는 경찰이 무슨 대한민국 경찰이냐”며 수사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오는 21일 미-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북 전단 살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북 대화 재개를 설득해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가 북한을 자극해 이 같은 구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대북 전단 살포 사실이 공개된 지 이틀만인 지난 2일 탈북민 단체와 한국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담화를 내고 보복 행위를 시사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미국의 대북정책이 지금 막 수립돼서 가시화하는 국면에서 전체적으로 한-미간 정책 조율이나 북한을 견인하고 북한을 수용할만한 대북정책으로 유인 등 여러 가지 다 고려하면 매우 이게 민감한 사안이 된 거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지연시키면서 수사하지 않고 있는 것 보다는 신속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의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 정세를 관리하는 측면에선 의미가 있고.”
대북전단금지법은 법 개정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등 기본권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한국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 중이기 때문에 현행법 위반에 대한 수사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향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증폭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국제사회 여론이나 우리 내부적으로도 이게 과연 헌법에 합한 것이냐 그렇지 않은 것이냐 그런 논란의 여지가 있고 또 국제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이 민주와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면서 그걸 처벌하는 게 맞냐 결국 그런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거죠.”
앞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 유엔 인사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며 대북전단금지법 재검토를 권고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낸 바 있습니다.
또 해당 법은 한국 법으론 이례적으로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에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