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당국은 최근 북한이 잇달아 쏜 탄도미사일이 지난해부터 실험해 온 초대형 방사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가운데, 미사일 전문가들은 탄도 궤적이 서로 다른 양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탄도 비행 실험을 통해 미사일 방어체계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8일 북한이 쏜 발사체가 600mm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며, 3발의 비행거리는 최대 200km, 정점 고도는 50km라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2일 쏜 초대형 방사포의 2발의 경우 비행거리는 최대 240km, 정점 고도는 35km 였습니다.
또 초대형 방사포 2발 사격을 처음 선보인 지난해 8월의 경우, 비행거리는 최대 380여km, 정점 고도는 97km입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9일 VOA에, 이번에 북한이 쏜 발사체가 동일한 초대형 방사포라고 가정했을 때, 이번 달의 두차례 미사일 발사 모두 발사각도가 낮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부국장] “They could be testing the projectiles in a different way on a very depressed trajectory at a very low altitude.”
과거에 비해 짧아진 비행거리와 낮아진 정점 고도 등을 고려하면, 낮은 발사각으로 발사하면서 다양한 궤적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입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요격 고도 등을 감안하면, 이같은 낮은 궤적의 비행을 방어하는 것이 상당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드의 미사일 최대 요격 사거리는 200km, 요격 가능 고도는 40~150km입니다.
윌리엄스 부국장 “낮은 고도일수록 미사일 방어 어려워”
베넷 선임연구원 "미사일 요격 체계 회피 전술 개발 의혹”
윌리엄스 부국장은 고도가 낮은 발사체를 겨냥한 패트리어트 체계 등으로 요격이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한반도의 짧은 종단 거리 때문에 요격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부국장] “Being a lower altitude that is where it becomes problematic because you are not going to have as much reaction time, not enough time to prepare and plan the engagement.”
미국의 미사일방어청과 주한미군이 최근 패트리어트와 사드 체계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취약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기존 탄도 궤적에서 고도를 낮추고 있는 것이 미사일 방어 체계를 회피하는 전술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사드의 요격 사거리 밖에서 낮은 발사각으로 쏠 경우, 탄도 궤적 하강 지점에서 이미 사드의 요격 고도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베넷 선임연구원] “It is going to be too low even with the 50 km altitude because it will come down from 50km as it approaches the target.”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도 다양한 탄도 궤적 실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마커스 실러 박사] “That is a very good possibility. ‘Creation of a firing table’ it is called. They have to do it if they are really developing something by themselves… Creating a firing table and knowing what actually you have to feed in the Computer so that you actually hit your own target.”
실러 박사는 전문 용어로는 ‘발사 도표’(사표)로 불린다며, 미사일을 자체 개발 할 경우, 실전에서 표적에 타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실험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들 “여전히 연사 능력에는 의문”
“20초보다 더 짧은 주기가 정상…생화학탄 탑재 시나리오는 위협적”
한편 북한 초대형 방사포는 이동식 발사 차량에 탑재된 4개 발사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국 합참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이번 발사는 첫 발과 두번 째 발사 간격은 20초, 두번 째와 세번 째 발사 간격은 1분 이상으로 탐지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두 번째와 세 번째 발사 간격이 1분 이상 차이 난 것과 관련해, 연사 능력의 완성도에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북한 매체가 초대형 방사포 2발 발사 뒤 공개한 이동식 발사 차량 사진에는 4개 발사관 중 3개의 하부 덮개가 열려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닫혀 있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일반적인 연사 실험이라면 향후 3발이 아닌 4발을 쏘는 것이 논리적이라며, 3번째 발사부터 1분 이상 차이 나는 이유로 발사 고장 등의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A logical thing after last week testing two missiles and getting them 20 seconds apart, would have been this week to fire 4 missiles that were each fired 20 seconds apart”
실러 박사도 이같은 견해에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20초의 간격 역시 일반 방사포의 실전 성능으로선 여전히 길다고 본다며, 향후 연사 시간을 더 줄이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실러 박사] “I think they could still launch it in a much shorter sequence so we should be ready to see something like almost parallel short. I would not be surprised.”
미사일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초대형 방사포의 핵탄두 탑재 가능성에 대해선 낮게 봤습니다.
여전히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로는 초대형 방사포에 탑재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폭발형 탄두 외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 무기의 탑재 가능성에 대해선 상당한 위협이라고 지적합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생화학 탄두를 탑재한 초대형 방사포 미사일을 요격한다고 하더라도 공중 분산을 통한 아군 지역 오염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윌리엄스 부국장] “That's tricky enough to the Korean Peninsula because everything's so close together. But the sooner you can intercept it, the better.”
일반적으로 생화학탄 무기 요격은 고도에 따라 공중 분산 살포에 따른 오염의 정도는 다르지만, 한국처럼 조밀하게 모여있는 상황의 경우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미사일이 아군 지역에 들어오기 전에 요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종단 거리가 짧다는 점 때문에 조기 경보와 선제 타격 능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윌리엄스 부국장은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