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양당 지도부와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행 의혹 민사소송에서 배심원단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5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평결했습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4.9%로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을 두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만났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부채 한도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9일 백악관에서 회동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대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대표가 회동에 함께 했는데요. 1시간가량 열띤 토론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습니다.
진행자)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동을 어떻게 평가했습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동이 “건설적(productive)”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디폴트는 선택사항(option)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은 빚 연체국이 아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디폴트라면 채무불이행 사태를 말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채무불이행은 말 그대로 나라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서 국가 부도 사태를 맞게 되는 겁니다. 연방 재무부는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특별 조치’를 하고 있지만, 이르면 6월 1일에 특별 조치 능력이 바닥이 나면서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6월 1일이면 시간이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만약 미국이 디폴트 사태를 맞게 되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 경제에 엄청난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동에 참석자 모두 디폴트의 위험을 이해했다”며 “우리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것이고, 은퇴 계좌를 파괴하고 차입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디스에 따르면 거의 800만 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우리의 국제적 명성은 극도로 손상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뭔가 대응책이 빨리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동은 성과가 없었지만, 앞으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며 금융 불안을 잠재우려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다만, 공화당의 요구에는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요. “예산과 지출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를 별도로 할 준비는 돼 있지만, 디폴트 위협 아래에서는 안 된다”며 부채협상과 정부 지출 삭감을 연계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공화당은 정부 지출을 줄여야 부채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죠?
기자) 맞습니다. 공화당은 정부의 방만한 지출을 문제 삼으며, 부채한도 상향 조건으로 연방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부채 한도 상향과 정부 지출 삭감을 연계한 법안이 217대 215로 가결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나오면서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매카시 의장은 “새로운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회동에 나온 모두가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는 “미국은 디폴트를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다음 회동은 언제로 잡혀 있습니까?
기자) 오는 12일에 다시 만날 예정입니다. 또 이번 회동 이후 백악관과 의회 실무진 간의 협의도 시작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디폴트를 막기 위해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부채 한도를 상향 또는 유예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매카시 의장은 9일 기자들에게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부채 한도를 협상하는 게 원래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기자) 미국의 국가 부채 상한선은 의회가 정하는데요. 역사적으로 보면 지난 1960년 이후 총 78차례 부채 한도가 상향됐습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3차례 부채 한도 증액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갈수록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입니다. 지난 2011년과 2013년에도 디폴트 위기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또 이렇게 디폴트 위기를 맞으면서 행정부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셜랜더 영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미국의 이런 위기가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국가들에겐 기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요.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도 비슷한 지적을 했는데요. 헤인스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국가 부채 위기가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민사 재판 평결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민사 재판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습니다.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9일 패션 칼럼니스트 출신 E. 진 캐럴 씨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0만 달러를 캐럴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평결했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해서 이런 거액의 배상금이 나오게 된 건지 평결 내용을 좀 살펴볼까요?
기자) 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 씨를 “강간하지는 않았지만, 성추행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성폭행을 당했다는 캐럴 씨의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배심원단은 성추행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200만 달러, 징벌적 손해배상금 2만 달러 또, 캐럴 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과 관련해 270만 달러와 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금 28만 달러 등 총 500만 달러를 평결했습니다.
진행자) 해당 재판이 어떻게 시작된 된 겁니까?
기자) 성폭행 의혹이 처음 불거진 건 지난 2019년입니다.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캐럴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995년 혹은 1996년 뉴욕시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 씨의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 여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완전한 사기(con job)’,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캐럴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 과정에서 직접 법원에 출석했습니까?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번도 출석한 적이 없습니다. 재판은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됐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은 성폭행 혐의가 날조된 것이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올 이유가 없다고 밝혔고요. 반면 캐럴 씨는 모든 재판 과정에 출석했습니다.
진행자) 캐럴 씨는 배심원 평결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진행자) 캐럴 씨는 성명을 내고 “오늘, 비로소 세상은 진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승리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지 않아 고통받은 모든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반응을 내놓았습니까?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평결을 맹비난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이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며 “이 평결은 불명예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녀사냥의 연속”이라며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럼 평결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인 조셉 타코피나 씨는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타코피나 변호사는 또 “뉴욕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는데요. 뉴욕은 민주당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 이 건이 이것만이 아니죠?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 추문 입막음을 위해 성인영화 배우 등에 돈을 건네고 이를 감추기 위해 회계장부 등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형사 기소됐는데요.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 혐의에 대한 재판도 뉴욕주 법원에서 연방법원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시도한 혐의와 자택에 국가 기밀문서를 보관한 혐의 등에 대해선 특검 조사가 진행중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으로 미국 경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나왔군요?
기자) 네, 미 노동통계국이 10일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 3월의 5%보다 완화했고, 전문가들이 전망한 것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앞서 경제 전문가들은 4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5% 오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미국 CPI가 워낙에 고점을 찍었었죠?
기자) 네, 미국 CPI는 2021년부터 고공 행진하다가 작년 6월 9.1%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고, 내림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많이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물가상승률 목표를 2%대로 잡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준이 목표하는 수준보다 여전히 두 배 이상 높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근원 CPI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 전달 대비 0.4% 오른 것으로 나왔습니다. 물가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하고 산출한 수치를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라고 하는데요. 이번에 근원 CPI가 전체 품목을 두고 산출한 CPI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보통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는 물가상승률을 주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에너지와 음식 가격을 포함한 CPI가 이 두 가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보다 높게 나오는데요. 그런데 이 간극이 지난해 9월부터 좁아지더니 지난 3월부터 역전됐습니다. 실제로 이번 CPI를 보면 에너지와 음식 가격이 어느 정도 잡힌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볼까요? 먼저 에너지 부문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네, 전반적으로 하락세입니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전년 같은 달 대비 5.1% 하락했는데요. 쪼개서 보면 4월 휘발윳값은 2022년 4월에 비해 12% 넘게 내려갔고요. 연료유 가격은 1년 사이 20% 넘게 하락했습니다. 다만 지난달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외 OPEC+(오펙플러스) 국가들이 원유 생산을 추가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앞선 달인 3월과 비교해서 휘발윳값이 3% 올랐습니다.
진행자) 식품 가격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7% 올랐지만, 전달인 3월에 비해선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식품비는 집에서 요리해 먹을 때의 가격과 외식비로 나뉘는데요. 집에서 먹는 비용은 전달인 3월 대비 0.2% 내려갔습니다. 특히 치솟았던 계란값이 저렴해졌는데요. 계란값은 지난 3월 10.9% 떨어진 데 이어 4월에도 1.5% 하락했습니다.
진행자) 3월에는 주거비가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4월 수치는 어떻습니까?
기자) 이번에도 올랐습니다. 지난달 임대료는 작년 4월과 비교해 8.1% 올랐는데요. 이 같은 주거비 상승은 근원 CPI 상승에 일조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대료 상승률도 곧 완화할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지난주 미국 정부는 1분기 임대 공실률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또 민간 지표에 따르면, 임대료가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아직 CPI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소비자물가지수, 미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죠?
기자) 그렇습니다. 고용 지표와 함께 연준이 금리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4월 고용지표가 지난 5일 발표됐는데요. 지난달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25만3천 건의 신규 고용이 이뤄지면서 노동 시장 과열 양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업률도 53년 만에 최저치인 3.4%를 기록했는데요. 연준은 다음 달 중순에 다시 만나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합니다. 대부분 전문가는 연준이 현재 기준금리인 5~5.2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