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11일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라고 있습니다. 앞서 민주당 예비후보 7명은 뉴햄프셔에서 열린 8차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였습니다. 미국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푸에르토리코가 갚아야 할 부채를 일부 탕감해주는 합의가 성사됐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뉴햄프셔주에서 11일, ‘프라이머리(primary)’ 방식으로 두 번째 예비선거가 진행되는데, 민주당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죠?
기자) 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뉴햄프셔주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뉴햄프셔는 샌더스 의원 출신지인 버몬트주와 붙어있어서, 샌더스 의원에겐 ‘뒷마당(backyard)’ 같은 곳이기 때문인데요. CBS방송과 ‘유고브’가 9일 공개한 최신 조사 결과, 샌더스 의원이 29% 지지율로 뉴햄프셔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2위는 25%를 차지한 부티지지 전 시장인데요. 부티지지 시장은 전달보다 지지율을 12%P나 끌어올리면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샌더스 의원 본인도 뉴햄프셔주 승리를 자신합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8일 현지 유세에서, 승리가 임박했다고 말했는데요. 뉴햄프셔 예비선거 승리는 물론, 민주당 후보 확정과 대선 본선 승리까지 자신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핵심 공약인 ‘정부 주도 전국민 건강보험’이 실현될 날이 가까웠다면서, “기존 업계에서 긴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는데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누가 멈추게 할 수 있겠냐”면서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앞서 지난 7일에는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가 진행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여덟 번째 텔레비전 토론을 벌였습니다. 총 7명이 참가했는데요. 예비선거가 시작된 뒤 첫 토론이라, 후보 간 공격 수위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진행자) 이날 누가 공격을 많이 받았습니까?
기자)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입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caucusㆍ당원대회) 최종 개표 결과, 간발의 차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누르고 승자가 됐는데요. 다른 예비후보들의 공격과 견제가 부티지지 전 시장에게 집중됐습니다.
진행자) 부티지지 시장의 어떤 면을 공격했나요?
기자) 네. 중앙정치 경험이 없는 점을 경쟁자들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이 작은 도시를 이끌어 봤을 뿐이어서, 훨씬 복잡한 국가 운영을 맡기기에는 위험하다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말했는데요. 다른 예비후보들도 이런 주장을 거들었습니다.
진행자) 그런 주장에 동의한 다른 예비후보가 누굽니까?
기자) 에이미 클로부처 상원의원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지금 백악관에 신출내기가 들어가 있다”라고 일갈했습니다. 과거 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킨 말인데요. 클로부처 의원은 “그가 우리를 어디에 데려다 놨나 보라”면서, “(대통령은) 경험을 좀 갖는 게 좋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부티지지 전 시장은 이런 공격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사우스벤드 시정을 이끌면서 앞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기록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아울러, 자신한테로 대세가 기울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우리가 (후보 확정에)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느낄 수 있다. 여론 밑바닥에서 바람이 불어” 자신을 “뒤에서 밀어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격하는 것은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부티지지 전 시장은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후보들이 왜 조바심을 낸다고 봤을까요?
기자) 기존에 강자로 꼽혔던 예비후보들이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국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선두를 지키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에 머물렀는데요. 7일 토론에서 부진한 상황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아이오와에서 한 방 맞았다”면서 “여기(뉴햄프셔)서 한 방 더 맞을지 모른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진심을 알려, 반등의 기회를 찾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오스카상’ 시상식이 9일 열렸다고요?
기자) 네.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오스카 어워즈(The Oscar Awards)’가 9일 진행됐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유명 영화인들이 로스앤젤레스 시내 할리우드 지역에 있는 ‘돌비(Dolby)’ 극장에 모였는데요. 올해 92회째 행사였습니다.
진행자) 어떤 작품들이 상을 받았나요?
기자) 한국 영화 ‘기생충’이, 최고 영예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기생충’은,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국제영화상까지 4개 부문을 석권했는데요. 주요 매체들은 이 작품이 오스카의 새 역사를 썼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새 역사’라고 평가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스카는 그동안, 미국에서 만든 ‘할리우드 영화’ 중심의 행사였는데요. ‘기생충’의 작품성을 인정해, 세계로 저변을 넓혔다고 주요 매체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영화산업 중심지 ‘할리우드’에서 ‘기생충’이 가장 각광을 받은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생충’ 각본을 쓴 한진원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는 것 처럼,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고 수상 소감에서 강조했는데요.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받은 것도 ‘기생충’이 처음입니다. 또,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타이완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번째입니다.
진행자) 봉준호 감독은 뭐라고 소감을 밝혔나요?
기자) 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뒤, 먼저 거장들에게 존경을 표시했습니다.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을 거명했는데요. 그런 사람들한테서 많이 배웠다면서,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나눠갖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객석에서는 큰 웃음이 터졌습니다.
진행자) 각계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영화와 문화계 밖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 유수 정보기술 기업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축하 글을 올렸는데요. 한글로 “축하합니다”라고 적은 다음, “봉준호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역사적인 수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진행자) ‘기생충’이 어떤 영화인가요?
기자) 한국의 저소득 가정 아들이, 잘사는 집에 가정 교사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습니다. 계층 간 충돌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최근 세계 주요 영화상을 휩쓸었습니다. 지난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도, 최우수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받았고요. 오스카와 함께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 글로브 어워즈(Golden Globe Awards)’에서, 지난 1월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진행자) 제92회 오스카 어워즈, 다른 부문 수상자들도 살펴보죠.
기자) 남우주연상은 ‘조커(Joke)’에서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 씨가 받았습니다. 여우주연상은 음악극(뮤지컬) 영화인 ‘주디(Judy)’에 나온 르네 젤위거 씨에게 돌아갔고요. 남우조연상은 희극영화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의 브래드 피트 씨, 그리고 여우조연상은 드라마 영화인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에 나온 로라 던 씨가 받았습니다.
진행자) 오스카 어워즈는 어디서 주관하는 행사인가요?
기자)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가 주관합니다. 영화 연출·제작·기술 등 각 부문에서 크게 공헌한 사람들이 심사를 거쳐 회원이 되는 단체인데요. 매년 회원들이 투표해서 부문별 수상자를 결정합니다. 시상 행사 이름도 단체명을 따라 ‘아카데미 어워즈(Academy Awards)’가 됐는데요. 그러다가, 수상자에게 주는 트로피 이름을 본떠, 오스카상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굳어졌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천문학적인 빚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일부 부채를 줄여주는 합의가 나왔군요?
기자) 푸에르토리코 재무 상황을 감독하는 연방 재정감독-관리위원회가 9일 발표한 내용인데요. 위원회는 푸에르토리코가 진 부채 가운데 240억 달러를 탕감해 주기로 일부 채권자들과 합의했다고 이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채권자들이라면 푸에르토리코에 돈을 빌려준 쪽을 말하죠?
기자) 네. 정확하게는 푸에르토리코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입니다. 이번에 위원회와 합의한 기관들이 보유한 채권은 모두 350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합의로 이들 기관에 진 빚은 110억 달러가 됐습니다.
진행자) 350억 달러 규모라면 기관들이 보유한 채권 가운데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반쯤 됩니다. 합의에 응한 기관들은 가지고 있는 채권 종류별로 나중에 달러당 얼마씩 할인된 돈을 받게 됩니다. 이번에 나온 합의에는 또 재상환 시한도 줄였습니다.
진행자) 원래 시한은 몇 년이었나요?
기자) 원래는 30년이었는데, 20년으로 줄였습니다. 또 부채 상환액이 매년 정부 수입 가운데 9.16% 이하가 되도록 하는 항목도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천문학적인 부채를 진 푸에르토리코 자치정부는 이미 파산을 신청했죠?
기자) 네. 지난 2017년에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부채 액수가 얼마였나요?
기자) 1천20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진행자) 푸에르토리코가 이렇게 많은 빚은 진 이유가 뭡니까?
기자) 이 지역이 2006년부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빚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었습니다. 실업률은 12.4%까지 치솟았고, 한때 500만 명에 이르던 인구는 미국 본토로 건너가는 사람이 늘면서 330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진행자) 거기에 허리케인 피해도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해 9월 초강력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덮쳐 천문학적인 피해와 약 3천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커지자 푸에르토리코를 미국 정식 주로 편입해 달라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푸에르토리코가 미국 51번째 주가 되면 연방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푸에르토리코는 이미 주민투표로 이 방안을 지지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 정부와 의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부채를 줄여주기로 한 합의는 그대로 실행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푸에르토리코 파산 신청을 받은 법원이 승인해야 합의안을 이행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합의에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합의안을 거부했습니다. 완다 바스케스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이번 합의가 연금 수령자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합의를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