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에서 또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40여 명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국제 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고령자 등의 하선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유엔이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건설과 관련된 기업 112곳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환경 정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일본에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선에서 또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들이 무더기로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13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44명이 더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이 배 안에서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모두 218명으로 늘었습니다.
진행자) 지난 5일 처음으로 배 안에서 감염자들이 한꺼번에 10명이나 발견된 이래 계속 감염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검역을 받은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현재 배 안에는 승객과 승무원 포함 약 3천700명이 승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3일 이 배가 요코하마항에 입항한 이래 지금까지 검역을 마친 사람은 710여 명입니다.
진행자) 승객 전원에 대한 조사를 한 게 아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는 최초 감염자와 긴밀히 접촉했던 사람들과 이들의 동선을 토대로 선별적으로 검역을 진행했는데요. 하지만 이후 확인된 감염자들은 첫 번째 감염자였던 80대 홍콩 남성과 접촉한 일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배 안에서 2차, 3차 감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는 이런 비판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그동안은 바이러스 잠복기로 알려진 14일간 배 자체를 격리해 본토 내 감염 확산을 막으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계속 감염자가 나오고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고조되자 13일, 이들 중 일부를 하선시키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일부라면 어떤 사람들이 해당하는 겁니까?
기자) 네, 80대 이상 고령자로서 지병이 있거나 창문이 없는 객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승객들을 먼저 하선시키겠다는 방침입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장관은 이 기준에 적용되는 사람은 약 200명 정도라고 밝혔는데요. 이들의 하선은 별도 격리 시설이 마련되는 대로 이르면 14일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안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일본 정부는 수도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에 살던 80대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사망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중국 본토 밖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은 홍콩과 필리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하루 동안 250명 넘게 발생했다고요?
기자) 네, 12일 하루 동안 중국 전역에서 사망자 254명, 확진자 1만4천800여 명이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242명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에서 나왔습니다.
진행자) 전날 100명 미만대로 떨어지면서 잠시 주춤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급증한 걸까요?
기자) 감염자 확진 판정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라는 게 중국 당국 설명입니다. 중국 당국이 제시한 새로운 기준은 기존 검사 방식으로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가 컴퓨터 단층(CT) 촬영에서 폐렴 결과가 나오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내리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이 왜 갑자기 기준을 바꾼 겁니까?
기자) 중국 보건당국은 기존 확진 범위를 넓혀서 감염 확산을 보다 막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망자와 감염자가 쏟아져 나온 후베이성 당국은 현재 다른 성에서 발표하고 있는 진단 분류와 일치시키기 위해서 후베이성도 임상 진단 사례를 확진 사례에 포함시켜 발표했다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그동안 의도적으로 환자 수를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과 우한시 지도자들을 전격 경질했다는 소식이 들어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13일 장차오량 후베이성 당서기를 직위 해제하고 후임에 잉용 상하이 시장을 임명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또 마궈창 우한시 당서기도 해임하고 왕중린 지난 시장을 임명했는데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부실 대응에 대한 면책성 인사로 풀이됩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중국의 반부패 감시기관이 후베이성에 조사단을 보내 최초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혹을 제기했던 리원량 의사의 사망과 당국의 초기 대응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그 여파가 지금 곳곳에 미치고 있는데요. 특히 경제 분야 타격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례로 현재 중국 내 많은 생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자동차 기업들이 부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호텔, 식당, 관광 업계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 항공사들이 중국 간 운항을 잠정 중단하면서 항공업계도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난 2003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IMF는 왜 그렇게 보는 걸까요?
기자) 사스가 창궐했을 때보다 지금 중국이 전 세계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IMF 총재는 12일, 미국 CNBC와의 대담에서, 사스 당시 중국은 세계 경제의 8%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19%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 제조품 가운데 28%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에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1일 의회 청문회에서 관련 입장을 밝혔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 혼란을 초래하고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부 미국 경제에도 여파가 있을 수 있지만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현재 미국 경제는 매우 좋은 상태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유엔이 이스라엘 정착촌과 관련된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했다고요.
기자) 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OHCHR)'가 12일, 요르단강 서안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사업과 관련되어 있는 기업 112곳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지난 2016년, 산하 기관인 유엔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에 정착촌 관련 기업들의 활동 자료와 명단 작성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이 왜 이런 명단 작성을 지시한 건가요?
기자) 국제사회는 현재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건설하고 있는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이 이른바 '2국가 해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난 1993년 미국 중재로 양측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2국가해법'을 추구하는 중동평화협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건설하고 있는 정착촌이 불법으로 보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의 자치 지역이자, 장차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가 되면 팔레스타인 영토가 될 땅이기 때문에 이곳에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은 국제법상 불법입니다.
진행자) 현재 어느 정도나 정착촌이 건설되어 있습니까?
기자) 지난 1967년 제3차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면서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지역을 점령한 이래 지금까지 약 140개 정착촌이 건설됐고요. 현재 60여만 명의 이스라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유엔 명단에는 어떤 기업들이 들어갔습니까?
기자) 대부분 이스라엘 기업들입니다. 90여 개사가 이스라엘 기업이고요. 다국적 기업은 6개국 18개 회사입니다. 이들 중에는 유명한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 온라인 여행업체인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모토롤라솔루션' 등이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이전까지 미국은 국제사회와 행보를 같이 하며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특히 이전 정권인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심각한 갈등을 겪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른바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하며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해 팔레스타인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습니다.
진행자) 이번 유엔 보고서에 대해 팔레스타인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장관은 정착촌 내 기업들 명단과 활동을 공개한 유엔 보고서는 "국제법의 승리"라며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그러면서 열거된 기업들은 즉각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은 이들 기업들에 불법 토지 사용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반응도 볼까요?
기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2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누구든 이스라엘을 거부하는 자들은 거부당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은 이런 경멸스러운 일을 강력히 거부한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프랑스 대통령이 알프스산맥 최정상인 몽블랑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 일부 내각 장관들 그리고 환경전문가들과 함께 몽블랑에 올랐습니다. 몽블랑이 관광객과 오염물로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환경 보호 정책을 강화하려는 정부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였는데요. 몽블랑에 오른 마크롱 대통령은 2020년 한 해는 환경문제에 있어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몽블랑이라고 하면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산이죠?
기자) 네, 프랑스는 물론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몽블랑은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흰 산’이라는 뜻인데요. 이름처럼 만년설로 뒤덮인 아름다운 산이지만, 등반객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 왔습니다.
진행자)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몽블랑 일대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더군요?
기자) 네, 몽블랑이 있는 산악마을인 ‘샤모니’의 명소이자, 프랑스에서 가장 큰 빙하인 ‘메르드글라스’도 방문했습니다. 메르드글라스는 길이가 7.5km에 달하는 대형 빙하인데요. 최근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메르드글라스를 방문한 뒤에 빙하 해빙은 지구 온난화를 보여주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마크롱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대처할 방안도 제시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생물다양성을 위한 싸움이 곧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하면서, 새롭게 신설된 정부 부처인 ‘생물다양성국’이 환경을 감시하고 복원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올해 안에 몽블랑 일대에 자연보호구역을 설정해서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등 조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에 몽블랑에 직접 오른 배경이 있다고요?
기자) 네, 알프스 산맥에 인접한 마을인 ‘생제르베’시장이 보낸 편지 한 통이 계기였습니다. 시장은 지난해 9월 마크롱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남미 아마존이 훼손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몽블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계속 무시당하는 현실을 참을 수 없다면서 관심을 촉구한 겁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편지 내용을 12일 인터넷 트위터에 올리고, 몽블랑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이때까지 몽블랑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가 전혀 없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지난 2008년 잠시 등반 제한 조처가 내려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몽블랑 등반을 둘러싸고 논란이 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요. 작년 8월 영국 왕립해병대 출신인 영국 등반객이 몽블랑 정상 인근에 노 젓는 운동기구를 버려둔 채 하산했던 겁니다. 이 남성은 기상 조건이 나빠서 운동기구를 두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는데, 하지만, 프랑스에선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크게 일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 정부가 이 외에도 환경 보호 방안을 따로 내놓았다고요?
기자) 네, 마크롱 대통령이 몽블랑에 오르기 하루 전인 12일, 정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엘리자베스 본 환경부 장관은 오는 7월부터 공무원들이 차량을 공유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시 200유로, 미화로 약 218달러 상당의 보너스를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부 기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구매를 금지하고, 공무원들이 출장 시 위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곤 기차를 이용하도록 하는 한편, 대통령 전용차를 포함한 모든 공무 차량을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