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오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 정부에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경고한 소식, 또 최근 홍콩 당국이 민주화 운동가들을 체포한 일로 서방 국가들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소식, 함께 전해 드립니다.
먼저 첫 소식입니다.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조금씩 잦아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 정부에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일부 국가의 봉쇄 완화 조치를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20일, “아직 우리에게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며 각국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게브레예수스 총장은 그러나 그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어 “우리를 믿으라”면서 “이 비극을 예방하자”며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미국에 아무것도 숨긴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브레예수스 총장은 WHO 안에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직원들이 있다며, 이는 WHO가 미국이 원하는 정보를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카사이 다케시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도 21일, 지금은 긴장을 풀 때가 아니라 제2차 확산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카사이 사무처장은 각국 정부가 봉쇄령을 서둘러 완화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2차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국민의 보건과 국가 경제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천천히 봉쇄령과 다른 규제 조처를 해제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WHO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일부 국가들은 봉쇄를 풀고 경제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처음 핫스팟(hot spot), 집중발병 지역이었던 이탈리아는 5월 4일부터 봉쇄령을 완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1일,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렸던 전국적인 봉쇄령을 5월 4일부터 점진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콘테 총리는 당장 내일부터 모든 것을 재개하고 싶지만 그런 결정은 무책임하다면서, 봉쇄 완화 조처는 국민의 의견이나 만족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빨리 봉쇄령 완화에 들어갔던 덴마크는 오는 5월 10일부터는 최대 500명까지는 사람들의 모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덴마크는 현재 10명이 넘는 모임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또 지난주부터 유럽 국가 중에서는 제일 먼저 초등학교의 휴교령을 풀었습니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있어 한국과 함께 모범 사례로 꼽혀왔던 싱가포르는 지난달 일찌감치 개학을 강행했다 이를 번복했습니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급속히 늘었기 때문입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교 발표에 따르면 21일 오전 기준 싱가포르의 코로나바이러스 누적 확진자는 약 9천100명입니다. 이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그동안 아세안 회원국 중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나라는 인도네시아였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누적 확진자는 21일 기준 약 6천800명입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사흘 새 약 3천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20일에만도 1천400여 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15일 기준 확진자는 약 200명에 불과했습니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싱가포르에서 다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데 대해 섣부른 개학과 빠른 일상 복귀가 코로나 재확산을 부추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최근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집단 감염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싱가포르의 이주 노동자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나온 코로나 환자의 60%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들로 알려졌습니다.
지역 매체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전체 노동 인구의 약 30%가 외국인 노동자들로, 현재 2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40여 곳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좁은 공간에서 밀집해 거주하면서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외국인 기숙사에서 더 많은 환자가 나올 수 있다고 시인하고, 열악한 시설의 개보수 등을 지시했습니다.
이란에서도 백화점과 상점들이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8일부터 영업 금지 등의 조처를 취해왔습니다.
반면 쿠웨이트는 5월 31일까지 관공서 등 공공 부문 업무를 중단하고, 전국적인 통행금지 시간도 오후 4시부터 오전 8시까지 16시간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터키도 23일 목요일부터 31개 도시에 나흘간의 봉쇄령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터키는 최근 주말에 한정해 봉쇄령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은 목요일이 국경일인 관계로 하루가 더 늘어났습니다.
홍콩도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제한 조처를 14일간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는 앞으로 2주 더 4명 넘게 모이는 공공 모임은 금지됩니다.
21일 오전 기준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약 248만 명, 사망자는 약 17만 명입니다.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홍콩 당국이 최근 민주화 운동가들을 체포한 일과 관련해, 서방 국가들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김정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주말 홍콩 경찰이 민주화 인사 15명을 전격 체포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홍콩 경찰은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이른바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18일, 야권 인사 15명을 체포했습니다.
체포된 사람들 중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올해 81세의 마틴 리 민주당 전 대표, 반중국 성향 일간지 ‘빈과일보’를 발행하는 ‘넥스트미디어그룹’의 지미 라이 회장 등도 포함됐습니다. 라이 회장도 71세로 고령입니다.
홍콩 경찰은 체포된 사람들이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고 밝혔습니다.
홍콩 당국은 이들은 지난해 8월 18일, 또 10월 1일과 20일에 있었던 불법 집회를 조직하고 참여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체포 당일 늦게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모두 다음 달 18일 법정에 서야 합니다.
홍콩 경찰은 앞으로 추가 체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콩 당국의 민주화 인사 전격 체포에 영국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과거 홍콩의 지배국이었던 영국은 홍콩 반환협정과 홍콩 기본법을 들어 민주화 운동가들의 체포를 규탄했습니다.
영국과 중국은 지난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에 앞서, 1984년에 협정을 맺고, 반환 시점부터 50년간, 즉 오는 2047년까지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영국 외교부는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권리는 홍콩인들의 기본권이며 반환 협정과 홍콩 기본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외교부는 또 어떠한 체포나 재판 절차든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홍콩 당국은 불필요하게 긴장을 야기하는 행동을 피하고, 의미 있는 정치적 대화 과정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의 체포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18일, 홍콩 당국의 조처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중국과 홍콩 주재 중국 대표부가 계속해서 영국과 체결한 홍콩반환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도 같은 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중국 공산당의 가치와 서구 민주 사회의 가치가 얼마나 현저하게 다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간의 행동들과 함께 이번 사건은 중국 공산당이 다시 한번 믿을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서방 국가들의 이런 지적에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은 법치 사회이며 모든 시민과 유관자들은 다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겅솽 대변인은 또 홍콩에 대한 외부 세력의 어떠한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서방 국가들에 대해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습 체포와 관련, 오는 9월로 예정된 제7대 홍콩 입법원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홍콩 정부가 야권 진영을 압박하기 위한 조처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야권은 오는 7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주도해온 시민 단체 ‘민간인권전선’이 당국의 체포에 항의해, 오는 7월 1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7월 1일은 홍콩의 주권반환 기념일입니다.
민간인권전선 측은 홍콩인들은 경찰의 체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에 시위개최를 알리는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위의 기폭제가 된 송환법은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하지만 시위대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며, 정치적 탄압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 시위에 나섰습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자,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9월,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