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개성공단회담 결렬...북 '군사 지역화' 위협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간 6차 실무회담이 25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한의 6차 실무회담이 후속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북측 대표단은 한국 정부를 비난하며 개성을 다시 군사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은 25일 열린 회담에서 개성공단 사태의 재발 방지 보장 대책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입장 차를 조율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한국 측은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중단 사태의 책임을 한국 측에 돌리면서 공단부터 먼저 가동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양측은 이 같은 주장만 서로 반복하다, 만난 지 7시간 반 만에 후속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담장을 떠났습니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이 결렬되자 한국 측에 책임을 돌리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박철수 수석대표를 비롯한 북측 인사 10여 명은 예고도 없이 한국 측 취재진을 찾아와 회담이 결렬될 위기에 놓였다며, 개성공단이 파탄 나면 다시 군사지역으로 만들고 서해 육로도 막히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박 대표는 한국이 없어도 개성공단을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며, 결코 빈말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측 대표단은 이어 그 동안 한국 측에 제시했던 합의문 초안과 수정안들을 모두 일방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측 대표단을 제지하기 위한 한국 측 관계자들과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측이 이날 회담 결렬을 선언한 데 대해 한국 통일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실무회담 결과 개성공단의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재발 방지 대책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차 실무회담에서 마주 앉은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은 회담 초반부터 이어졌습니다.

한국 측 김기웅 수석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갈 길이 먼데 해야 할 숙제가 가득하다며, 공단 재가동에 앞서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습니다.

[녹취:김기웅, 한국측 수석대표] “(남북의 대표들이) 반드시 이 문제를 풀겠다, 개성공단을 발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겠다는 각오로 진지하게 협의를 해 나간다면 어떠한 문제도 풀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각오로, 그런 자세로 오늘 회담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이에 대해 북측 박철수 수석대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표어를 인용하며,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위해선 공단 재가동이 먼저라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녹취:박철수, 북측 수석대표] "개성공업지구 현 실태에 대해서 명확히 인식을 하고, 또 국제적 경쟁력 있는 경제특구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어떤 공통된 입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이런 뜻에서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 이런 자세를 가지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남북이 여섯 차례에 걸쳐 마주앉았지만 후속 회담 일정조차잡지 못한 채 회담이 마무리되면서 개성공단 정상화 수순이 사실상 더욱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