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첩, 탈북자 위장 한국 침투 늘어

지해난 6월 서울지방검찰청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단 '왕재산' 사건에 대한 브리핑이 열렸다. (자료사진)

탈북자로 위장해 한국에 잠입한 북한 간첩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자에 대한 보다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공안 당국이 지난 2003년 이후 10년간 적발한 간첩 49명 가운데 40%가 넘는 21명이 탈북자로 위장해 한국에 침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 민주당의 심재권 의원이 최근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은 ‘2003년 이후 간첩사건 구속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구속된 간첩은 노무현 정부 시절 14명, 이명박 정부 시절 31명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 4명 등 모두 49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21명은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으로 노무현 정부 때 3명, 이명박 정부 때 14명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서 4명이었습니다.

탈북자로 위장해 침투한 간첩들을 소속 기관별로 보면 북한국가안전보위부가 절반에 가까운 10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탈북자와 대북소식통 등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위부는 탈북을 감행하던 주민들을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협박과 포섭을 통해 간첩 임무를 수행할 것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대남작전과 비정규전을 담당하고 있는 정찰총국이 5명 그리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위 부대 격인 군 보위사령부가 3명, 공작활동을 맡고 있는 노동당 35실 1명 그리고 기타 2명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의 임무는 요인 암살과 국가 기밀탐지, 탈북자 동향 파악과 재입북 유도, 무장간첩 소재 파악 등이었습니다.

특히 정찰총국 소속 간첩은 고위층 출신 탈북자 암살이 주 임무였습니다.

2010년 한국에 침투한 정찰총국 소속 간첩 3명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을 시도했고 2011년 한국에 들어 온 정찰총국 소속 안 모씨는 탈북해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상학씨 살해가 임무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심 의원은 탈북자의 인권과 안전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지만 전체 간첩활동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탈북자라는 사실은 국가정보원의 수사와 통일부의 탈북자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2003년 이후 10년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의 수는 모두 2만 2천여 명입니다.

하지만 탈북자 위장 간첩들이 계속 적발되면서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탈북자들의 재입북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한 탈북자들이 간첩의 회유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성채기 박사입니다.

[녹취: 성채기 국방연구원 박사] “북한에서 넘어와서 처음 부터 끄나풀을 달고 활동한 사람들 때문에 탈북자들이 여러 가지 피해를 받고 있죠, 인식이 훨씬 안 좋아진다는 거죠”

통일부는 재입북한 탈북자들을 13명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북한 언론매체에 등장한 사례들만 모은 것이어서 실제론 이보다 많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