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오늘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추기경의 북한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악화일로에 있는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21일 하루 일정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추기경이 북한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염 추기경의 방북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근로자들로 구성된 천주교 신자공동체의 요청에 따른 사목 방문이었습니다.
평양교구장 서리도 겸하고 있는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 방문을 마친 뒤 오후 5시20분쯤 경기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관계에 희망을 보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녹취: 염수정 추기경] “저는 오늘 남과 북이 함께 화합하는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이런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습니다.”
염 추기경은 서울에서 개성공단까지 60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라며, 이 짧은 거리를 얼마나 멀게 살고 있는지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또 선의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며 진실로 노력한다면 평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이번 방문이 오는 8월로 예정된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방북에서 북한 측 인사와의 접촉은 없었고 개성공단 관계자를 위한 격려방문이었기 때문에 미사는 봉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염 추기경을 비롯해 신부 6 명과 서울대교구 관계자 2 명으로 구성된 개성공단 방문단은 오전 8시30분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북한 측으로 들어간 뒤 8시간 가까이 개성공단에 머물렀습니다.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둘러보고 한국 기업에 근무하는 신자들을 만나 격려했습니다.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의 브리핑을 받고 공단 병원을 비롯한 부속시설 등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방북은 서너달 전부터 추진됐고 북한이 최근 방북에 동의함으로써 성사됐습니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주 방북 신청이 들어왔고 19일 북한 측에서 동의를 해왔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작년 겨울에 방문을 하려고 했었습니다만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다시 추진을 했고 추기경 방북 협의 과정에서 북측에서는 비공개로 추진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염 추기경의 이번 방북이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성사됐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됩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염 추기경의 방북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이번에 허용한 것은 6월 초 한국의 지방선거 이후까지 염두에 두고 국면 전환을 노린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종교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추기경의 방북을 허용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이나 남북 경협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그런 의미가 있겠죠.”
전문가들은 하지만 북한의 대남 위협이 지속되고 있고 4차 핵실험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에서 추기경 방북이 단기적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