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닷새 동안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남북한의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죄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느냐는 베드로의 질문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무력충돌과 갈등을 그만두고 대화를 통해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녹취: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한이 지난 60년 이상 지속돼 온 분열과 갈등을 체험했다며 하느님의 긴박한 부르심은 한국에서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도 하나의 도전을 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는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명령을 통해 전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를 하도록 요구하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은총도 주신다며 이것이 한국 방문을 마치고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고 밝혔습니다.
교황은 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하는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 인식이 더욱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한 가정을 이루는 이 민족의 화해를 위하여 기도를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미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1953년 설치된 휴전선 철조망으로 제작된 ‘가시면류관’을 교황에게 봉헌했습니다.
가시면류관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로마 병정들이 그에게 씌운 관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을 상징합니다.
봉헌된 가시면류관 받침대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문’이 라틴어로 새겨져 있고 기도문 중앙에는 ‘하나 되게 하소서’라는 의미의 라틴어 구절이 쓰여 있습니다.
또 회개의 상징인 ‘파티마의 성모상’도 함께 봉헌했습니다.
미사에는 일본 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 명과 탈북자와 납북자 가족, 용산 참사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이 참석해 교황의 메시지를 경청했습니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맨 앞줄에 앉은 일본 군 위안부 할머니와 시각 장애인 등의 손을 잡아주며 축복을 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는 교황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롭게 날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은 ‘희망 나비’ 배지를 교황에게 건넸습니다. 교황은 그 배지를 달고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도 이날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교황이 퇴장성가가 나오는 동안 자신이 앉은 자리로 찾아오자 잠시 작별인사를 나눴고 교황이 퇴장하는 장면을 끝까지 지켜봤습니다.
미사를 끝으로 4박5일간의 방한 일정을 모두 마친 교황은 성남 서울공항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등의 환송을 받으며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한국을 떠났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