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자, 군용기 타고 극비 방북"

지난 28일 오전에 촬영한 평양 시내 모습. 짙은 안개에 쌓여있다. (자료사진)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최근 군용기를 타고 북한을 극비리에 방문해 비공개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위협과 미국인 억류 등으로 악화된 미-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군용기로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누가, 어떤 회담 의제를 갖고 갔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한국 정부의 협조 속에서 북한 영공으로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신문’ 등 한국의 일부 언론매체들도 미국과 한국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 16일 미국 정부 관계자가 군용기를 타고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북한 인사들과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정부 관계자가 군용기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한 건 지난 2012년 8월 이후 2년 만의 일입니다.

미 당국자의 이번 방북의 주된 목적은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케네스 배 씨 등 미국인 3 명의 석방을 논의하려는 데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관측통들은 방북 시점이 2년 전과 비슷하게 미-한 합동군사연습인 을지 프리덤가디언, UFG 훈련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추가 핵실험 위협, 그리고 미국인 억류 등으로 인한 관계 악화로 미-북 간 `뉴욕채널'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극비 회동을 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관측통들은 북한의 경우 이번 회담에서 북한을 적대시하는 미국의 정책과 대규모 군사훈련에 강하게 반발하며 큰 틀에서의 관계 변화를 주장한 반면 미국은 자국민 석방 문제에 초점을 맞췄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회담 성과에 대해서도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공개 회담이 끝난 뒤인 25일 리동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국을 거듭 비난한 것은 회담이 실패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리 차석대사는 기자회견에서 미-한 합동군사훈련을 북한에 대한 핵전쟁 연습이라며 이 문제를 안보리 긴급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회동이 미-북 간 대화의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당초 29일까지로 예정됐던 UFG 훈련을 하루 앞당겨 28일 종료한 게 미-북 간에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