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들이 특사 파견 등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석방 노력을 요청했습니다. 북한은 억류 미국인들을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가 특사를 파견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1일 미국 `CNN 방송'과 각각 5분씩 인터뷰를 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인터뷰에서 범죄 혐의와 처우, 가족과 미국 정부에 전할 말만 언급하도록 했다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는 인터뷰에서 “내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사가 와야 한다고 믿는다”며 “미국 정부가 최대한 빨리 특사를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집에 돌아가서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특사가 파견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배 씨는 특히 병원에서 교화소로 이감된 이후 건강이 악화돼 몸무게가 7kg이나 줄었고 교화소에서 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며 미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케네스 배 씨는 지난 2012년 11월 함경북도 라선을 통해 북한을 방문했다가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북한은 배 씨가 반공화국 적대범죄로 억류됐다고 밝혔고, 이듬해 재판에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특별교화소와 병원을 오갔다는 배 씨는 교화소에서 하루에 8시간, 1주일에 6일을 농사나 다른 종류의 중노동을 한다면서도, 북한 측으로부터 인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배 씨는 또 유죄를 인정하는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면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처음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지만 재판을 거치면서 자신이 북한법을 어기고 범행을 저지른 것을 깨닫게 됐다고 대답했습니다.
배 씨는 억류 기간이 거의 2년이나 됐다며, 자신이 북한에 가장 오랜 기간 억류된 미국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신 뿐아니라 앞으로 북한을 방문할 다른 미국인들을 위해서도 자신이 빨리 석방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억류 미국인들도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구명 노력을 호소했습니다.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씨는 인터뷰에서 “현재는 지내기가 좋지만 점점 더 도움을 바라는 심정이 절박해지고 있다”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에 와서 자신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파울 씨는 인터뷰 대부분을 가족들이 처한 어려움을 설명하는데 할애했습니다. 아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3 명이 자신의 벌이에 의지하고 있어 현재 생활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자신의 억류가 9월을 넘어 더욱 장기화 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파울 씨는 자신이 청진 시의 술집 (seamen’s club)에 성경을 두고 나오려 했다며, 이는 관광의 목적에 맞지 않게 북한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신이 5월 7일부터 억류됐다면서, 현재 예비조사가 마무리 돼 가고 이달 안에 재판이 열릴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매튜 토드 밀러 씨는 5분의 인터뷰 시간 중 3분 만을 사용하며 미국 정부에 대한 요구만 담담히 이야기 했습니다.
밀러 씨는 “미국 정부가 강력한 시민보호 정책을 펴지만 내 경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며 지난달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도 썼지만 답장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밀러 씨는 미국 정부나 누군가가 자신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이 곧 재판을 받을 예정이고 이후 곧바로 감옥으로 보내질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매우 급박하다며, 이번 방송 인터뷰가 미국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밀러 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북한에 오기 전부터 법을 어기기 위해 준비했으며, 고의성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억류될 것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언론에 알려진 대로 입국 과정에서 북한이 발급한 관광증을 찢고 망명을 요청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는 올해 4월에 억류됐습니다.
그는 가족에게 전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 이미 전화통화를 했다며 말을 삼갔습니다.
`CNN'은 평양에서 열린 국제프로레슬링대회 취재차 북한에 입국했다가 1일 점심 시간에 갑자기 북한 당국의 연락을 받고 모처로 이동했다며, 처음에는 고위 당국자와 만나는 기회인 줄 알았다고 전했습니다.
이 방송은 북한이 억류 미국인들과의 인터뷰를 허용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 통로를 재개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앞서 지난 7월 말에도 억류 중인 세 사람에게 일본의 친북매체인 `조선신보'와 `APTN'과의 인터뷰를 각각 허용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당시 인터뷰에서도 미국 정부가 자신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