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미국 주도 첫 장관급 북한인권 회의 열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뉴욕에서 열린 북한인권 관련 장관급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장관급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유엔총회 기간 중 각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모여 북한인권 문제를 별도로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장관급 회의가 미국 주최로 23일 뉴욕에서 열렸습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을 규탄했습니다.

[녹취: 케리 장관] "What goes inside in North Korea? .."

북한의 조직적 압제, 집단적 처벌, 정치범 수용소의 잔인성 등은 21세기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겁니다.

케리 장관은 국제사회가 인간 본성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중대한 모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보고서를 계기로 북한인권의 진상이 밝혀지고 있다며, 이제 더 이상 몰랐다는 이유가 침묵과 외면의 구실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케리 장관은 북한 정부에 대해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녹취: 케리 장관] "We say to the North Korean government…"

사악한 제도인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회의에 특별히 초청된 북한 개천수용소 출신의 북한인권 운동가인 신동혁 씨는 지금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씨는 COI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이 북한 수용소 수감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라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신동혁 탈북자] "I sincerely appeal to you…."

북한에서 자유 없이 고통 받는 형제자매들을 구해주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한국의 윤병세 외교장관은 이번에 처음 북한인권에 대한 장관급 회의가 열린 것은 북한인권 문제가 중요한 국제적 현안이라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윤 장관은 특히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인권 대화와 관련한 의지를 내비친 것을 환영한다며, 실제로 남북이 대화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병세 장관]

남북 간에 인권대화와 인도적 문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북한이 자행한 납치 문제는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이 수 십 년 동안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외무상은 일본 정부는 납치 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COI 보고서가 북한인권 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의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총회 기간 중 각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모여 북한인권 문제를 별도로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COI보고서를 계기로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좀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열렸습니다.

북한도 이번 회의가 자국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참석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과 한국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