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건설적인 대화를 하겠다는 표시를 보이면 북 핵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고 러시아를 방문 중인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북-러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 같진 않다고 전했습니다.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북 핵 6자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건설적 대화’를 하겠다는 표시를 보이면 한국은 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황 본부장은 현지시간으로 3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과 회담한 뒤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데 러시아와 중국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부에서 이해하는 것처럼 북한이 하나에서 열까지 구체적인 어떤 조치들을 전부 취해야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그러나 북한이 보여야 할 건설적 대화 표시가 어떤 것인 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황 본부장은 비핵화에 대한 진지함이 결여된 상태에서 무조건 대화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심지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서 건설적 방향으로 이행해 갈 수 있다는 강력한 표시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황 본부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한국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북한의 진정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이와 함께 러시아도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의미 있는 회담을 위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 지를 한국 등 관련국들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러 관계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지만 러시아도 북한의 핵 개발은 확고하게 반대하고 있고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대해서도 차단 방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또 지난달 말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뒤 관심을 끌고 있는 북-러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가능성은 있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러시아로선 중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해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본다며 중국보다 먼저 북한과 정상회담을 갖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황 본부장은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4일 한국으로 돌아와 5일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만날 예정이라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양측은 최룡해 비서의 러시아 방문 이후 달라진 동북아 정세와 한-러 6자 수석 회동 결과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