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제건설과 핵무기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른바 ‘병진 노선’의 연장선상에서 적극적으로 시장화 정책을 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핵무기 보유에 대한 자신감이 시장화를 유지케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윌슨센터에서 지난 5일 북한의 시장화와 사회 변화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북한연구센터소장은 북한의 경제체제를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In 2012, two years ago...”
이미 2년 전인 지난 2012년 ‘새 경제관리체계’를 도입하면서 중앙의 생산계획 하달도 중단됐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국가 부문이 작동하면서 이른바 ‘정치적 자본주의’가 운용되고 있다고 박 소장은 분석했습니다
‘정치적 자본주의’에서는 정치적으로 힘있는 세력과 결탁한 사람들만이 경쟁에서 이기고 이득을 남길 수 있다는 게 박 소장의 설명입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원장은 북한에서 민간 자본가들이 출현하면서 국가를 대신해 아파트 건설 계획까지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북한의 시장화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김정은 정권에서 사회통제는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게 최 원장의 분석입니다.
여기에 더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권력집단을 자주 물갈이해 경제적 장악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최 원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최진욱, 통일연구원 원장] “North Korea’s most power elite have...”
각종 허가권을 쥐고 장사꾼들의 뒤를 봐주며 이득을 챙기던 고위층이 하루아침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자주 생기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경제적 장악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겁니다.
최 원장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일반 주민들의 생활 개선이 강조되면서 정권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건설과 핵무기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른바 ‘병진 노선’의 연장선상에서 시장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최진욱, 통일연구원 원장] “Kim Jung Un can take very aggressive...”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핵 보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시장화 정책을 펴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북한 사회와 체제가 변하고 궁극적으로 핵 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로 핵무기 보유에 대한 자신감이 시장화를 유지케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최 원장은 분석했습니다.
한편 동북아미시사회연구소의 노귀남 연구위원은 북한의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젊은 장마당 세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노귀남, 동북아미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기성세대들은 주로 조직생활과 배급생활이라는 북한의 특수한 상황에서 길들여져 있는 문화였다면, 이들은 새로운 생활문화를 생활 속에서 습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 연구위원은 30대의 돈주가 관료를 영입해 아파트 건설 사업을 하는 예를 들며 장마당 세대는 기성세대와 뚜렷한 사고방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 연구위원은 또 신세대는 장마당에서 힘들게 번 돈으로 사치품을 구입하고 시장정보의 흐름에도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이 북한 시장에 새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