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뿐아니라 박근혜 한국 대통령에게도 내년 5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한 정상이 이 행사를 계기로 모스크바에서 만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가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한국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기념식에 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을 비롯해 수 십 개 나라 정상들을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고, 지난 2005년 60주년 기념식 땐 53개 나라 정상들이 참여했습니다.
러시아가 이번 행사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초대했기 때문에 남북 정상이 모스크바에서 만날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초청에 응할 지 현재로선 불투명합니다. 무엇보다 김 제1위원장의 행사 참석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역대 북한 최고 지도자가 여러 정상들이 한꺼번에 참석하는 외교무대에 등장한 적이 없고 핵과 인권 문제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크게 나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의 홍현익 박사입니다.
[녹취: 홍현익 세종연구소 박사] “북한 권력의 생리나 김정은의 국제 경험이 없는 지도자로서의 국제 데뷔를 모험이 될 수 있는 국제행사에서 시작한다는 것도 그렇고 김정은의 모스크바 방문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국제사회 고립을 탈피하려는 목적으로 김 제1위원장이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일 순 있지만 다자외교 무대는 적지 않은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으로선 자칫하면 김 제1위원장의 체면을 구기거나 외교적 고립을 확인하는 결과만 낳을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난 2005년 60주년 기념식에 러시아 측의 초청을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선 앞으로 한반도 정세의 흐름에 따라선 김 제1위원장의 참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관계자는 김 제1위원장이 젊고 해외유학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자외교 무대에 대한 인식이 아버지 김정일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면 참석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해 내년 일정을 검토해 봐야 한다며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5년 60주년 기념식 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 등 한국의 주요 우방국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러시아 주최의 대규모 외교 행사에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는 좀 더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