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양건 '남측 관계개선 진정성 이해' 발언"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왼쪽)가 24일 북한 개성공단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앞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및 현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 조의를 표시한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현정은 회장과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을 개성으로 초청했다.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어제 (24일) 방북한 남측 인사들에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24일 북한을 방문해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비서를 만난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25일 ‘VOA’에, 김양건 비서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진정성을 설명하자 김 비서가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재 전 장관]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과의 평화적 관계와 남북관계 발전을 적극적으로 원한다, 지난 2002년 5월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평화적 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지 않느냐, 진정성을 믿고 서로 관계 개선을 해야 하지 않냐고 하니, 이에 대해 (김 비서가) 이해한다는 맥락이었습니다. ”

김양건 비서는 이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의 뜻을 피력하면서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대북 전단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김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재 전 장관] “김양건 비서가 금강산 관광과 5.24 조치, 이산가족 문제에서 소로를 대통로로 만드는 관계 개선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되겠다고 말했죠. 이에 박 대통령도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민족 분단의 아픔을 넘어서 평화 번영하는 남북 공동 문화행사를 열자고 제안했고 제가 현재 위원장을 맡아 다방면으로 하려고 하니 같이 협의하자고 했습니다.”

이는 북한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6일 방북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만나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히면서도, 전단 문제와 같은 돌발 행위가 없어야 남북 간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달라진 겁니다.

김 전 장관은 또 김 비서에게 개성공단 북측 여성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자보건 지원 사업을 협의하자는 뜻을 전달했고, 이에 대해 김 비서가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장이기도 한 김성재 전 장관은 3년을 맞은 김정은 체제가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남 관계에서도 좀 더 유연하게 나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김대중평화센터 방북단의 일원으로 24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김양건 비서를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이희호 여사 앞으로 보내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양건 비서의 이번 발언이 당국 간 만남이 아닌 민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도, 이번 발언이 나온 배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모든 남북 간 현안을 만나서 대화로 풀자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북한이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당국 간 회담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가 끝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 기조 변화를 시사한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의 공식매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 전달 사실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