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외 인력송출 다변화...계속 확대될 것'

지난 2012년 6월 북한 인부들이 블라디보스톡의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자료사진)

해외로 파견되는 북한 근로자들의 업종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단순노동직에 그치지 않고 의사, 태권도 사범, 군 조교 등 전문직에도 진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최근 들어 해외로 파견하는 인력의 업종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관인 코트라 KOTRA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해외 인력송출은 여전히 건설, 벌목, 농어업 등 단순노동직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최근 들어 파견 분야가 의사, 태권도 사범, 군 조교 등 전문직과 요식업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만수대창작사가 싱가포르와 아프리카에 미술가를 파견해 동상을 제작하고, 보건성 산하 만년장수연구소가 몰타에 인삼술 제조공장을 위한 기술자를 파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아프리카에는 태권도 사범을 파견하고,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에는 의사를 파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3년 현재 16개 나라에 5만여 명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이 2만 명 안팎으로 가장 많았고,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몽골, 앙골라가 뒤를 이었습니다.

코트라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사금고로 알려진 노동당 39호실에서 각종 외화벌이 사업을 총지휘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 8월 군부를 견제하려는 김 제1위원장의 지시로 39호실이 폐지된 이후에는 내각 대외경제성과 중앙노동당의 산하기관과 위원회에서 외화벌이 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의 경우 무역성 대외건설사업국, 수도건설총국, 중앙당 8국, 1여단, 인민보안부 7총국, 8총국 등이 대표적으로 해외에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고 코트라는 전했습니다.

코트라는 북한의 해외 인력송출이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급속도로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 위기로 기관별 독립채산제를 시행함에 따라, 국내의 수익사업이 고갈된 당, 정, 군의 핵심기관들이 손쉽게 외화를 벌 수 있는 노동력 해외송출 사업에 앞다퉈 진출했다는 것입니다.

코트라는 북한 정권이 노동력 해외송출을 통해 한 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미화 12억에서 23억 달러에 달해, 대북 경제제재에 따른 피해를 충분히 상쇄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이런 수익으로 북한 정권이 요트, 고급 승용차, 코냑, 궐련 등 사치품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트라는 북한의 해외 인력송출이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경제난이 계속되고 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외화벌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코트라는 해외 인력송출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도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과로가 누적된 노동자들이 안전사고에 노출되고, 착취에 대한 보상심리로 청부, 밀주, 마약거래 등 범죄와 일탈 행위에 가담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나라에서 자발적으로 이들에 대한 노동환경과 근로기준법 준수를 촉구하고, 임금지불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코트라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