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서세평 제네바대표부 대사가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탈북자 신동혁 씨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신 씨를 지지해 온 유대인 단체는 그가 북한 정권에 의해 삶을 파괴 당한 피해자란 사실에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재외공관을 통해 신동혁 씨와 관련된 논란을 부각시키며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서세평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21일 요하임 뤽커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신 씨의 증언 오류 인정은 “탈북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거짓 증언에 기초한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의 모든 북한인권 결의는 무효라는 겁니다.
서 대사는 이름과 경험을 위조한 신 씨가 상부로부터 제공받은 거짓 정보를 요란스럽게 외치면서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 정치범 수용소 생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이는 순전한 거짓이자 허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게재된 관련 영상을 참고하라며 해당 페이지의 주소까지 소개했습니다.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도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신 씨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된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가 무효라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자 대사는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신동혁 씨가 13살 미성년 소녀를 성폭행하고 달아난 범죄자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신동혁 씨의 북한인권 운동을 적극 지지해온 미국 유대인 단체 ‘사이먼 비젠탈 센터’가 이번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에이브러햄 쿠퍼 부소장은 22일 ‘VOA’에 신 씨가 잔인한 북한 정권에 의해 이유 없이 삶을 파괴 당한 수많은 북한 주민들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에 아무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 씨가 어떤 번호가 붙은 수용소에서 탈출했든 그가 21세기의 가장 억압적 정권의 희생자라는 진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겁니다.
쿠퍼 소장은 북한 강제수용소의 참상이 오랫동안 알려져 왔지만, 국제사회가 이제야 가해자를 가려낼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진실 보다 북한 정권을 위협하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런 차원에서 신 씨 역시 그의 비극적 증언의 불일치와 변경에 대해 명확히 밝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에 지지했던 여러 나라들 역시 신동혁 씨 논란으로 북한인권 문제의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속속 밝히고 있습니다.
캐나다 외무부는 21일 ‘VOA’에 북한이 끔찍한 인권 기록을 갖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신동혁 씨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변함없이 신뢰한다고 밝혔습니다.
북유럽 국가인 에스토니아 정부도 신동혁 씨가 저서에 의심의 여지가 있는 증언을 담은 것은 유감이지만 이로 인해 북한의 전반적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북한 정권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스토니아 외무부의 마리안 수다코프 대변인은 북한이 인권 관련 비난을 반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유엔 인권이사회 조사관들의 현지조사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