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과 북한의 양자 접촉 시도가 무산된 데 대해 접촉의 필요성에 대한 양측의 공통된 인식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대화가 성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중국과 일본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의 양자 접촉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데 대해 한국 정부는 북한이 아직 대화할 준비가 안 된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굳이 평양을 대화 장소로 고집한 것은 당장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니사 해킹’ 등으로 가뜩이나 미-북 당국 간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임을 알고도 북한 측이 이를 제시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성 김 특별대표에 대한 평양 초청 사실을 전격 공개한 데 대해선 미국과 만나도 자신들에게 득이 될만한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대신 대내외적인 선전에 활용하려는 행동으로 풀이했습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외부에서 만나서 결실 없는 대화가 나오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만약 평양으로 불러들일 경우엔 설사 결실 없는 대화가 되더라도 불러들이는 것 자체가 내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정치적 소재가 되기 때문에 굳이 평양으로 오라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 때문에 북한이 더 경직된 반응을 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이번 접촉 시도는 미국이나 북한 모두 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시킨 계기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지금 추진하는 북한과의 대화는 본격적인 협상이 아닌 탐색 수준의 접촉이라며 한국 정부도 이런 미-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의 소니사 해킹으로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등 미-북 관계가 악화된 지금의 상황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도 북한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미-한 합동군사훈련의 임시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데다 핵 잠수함까지 한국에 파견하는 등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당국 간 불신의 골이 너무 깊기 때문에 설령 앞으로 뉴욕채널을 통해서 미-북 간 직, 간접 접촉에 대한 탐색전은 하겠지만 의미 있는 만남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미국은 지난달 북한에 성 김 특별대표의 중국과 일본 방문을 계기로 제3국에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회동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회동 장소를 평양으로 하자고 역제안하면서 성 김 특별대표를 초청했지만 미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접촉은 무산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