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가 지난 10일 열렸습니다. 정치국 회의는 북한의 중요한 정책과 인사 문제 등을 결정하는 자리인데요. 전문가들은 집권 4년 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이 집단지도체제의 모양새를 갖춰 정당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가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북한은 ‘조선노동당 창건 일흔 돌과 조국해방 일흔 돌을 당의 영도에 따라 선군 조선의 대경사로 맞이하는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이 결정서에서 북한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자주통일과 대외관계의 확대발전을 강조했습니다.
또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영원한 태양의 성지로 더 훌륭히 꾸리고 동상도 정중히 모시기로 하는 등 우상화 작업도 이어갈 방침입니다.
아울러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인민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공업과 농업생산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국가의 중대사와 주요 안건들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군부에 힘을 실었던 아버지 김정일 정권은 정치국 회의를 한번도 열지 않았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박사는 원래 공산당 체제는 정치국을 통해 통치해 왔다면서 정치국 회의의 부활은 김정은 지도부가 집단지도체제의 모양새를 내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제도적 통치를 한다, 그래서 자기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해야… 장성택 숙청도 정치국 회의에서 체포하지 않았습니까? 정당성을 부여 받는 거죠. 독재가 아니라 시스템화 된 정치를 한다, 이게 정치국이 가장 대표적인 상징기구라는 거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도 4년 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에게 현재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면서 이번 회의가 당의 핵심 정책결정 기구인 정치국 회의를 통해 김정은 체제의 정책 방향을 강하게 천명하는 자리였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3주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대 수령들에 의존해 권력 승계를 정당화하고 안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에 당면한 과제들이 상당히 크다는 겁니다.
[녹취: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박사] “자기의 카리스마, 리더십에 대한 정당성이 약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선대 수령들을 불러오고 수령들에 기댐과 동시에 결국은 실적을 만들어 내기 위한 몸부림,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과제들을 당이라는 최고 영도기구, 핵심적인 정책결정 단위인 정치국 회의를 통해서 과제를 천명하는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는 게 이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장 박사는 북한 정권이 광복 70돌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회의는 권력의 안정화를 위한 내부 결속 뿐아니라 전체적으로는 실적에 기반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