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지명자를 인준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주에 공식 취임하는 카터 장관은 과거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하는 등 북한 문제에 정통하며,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해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윤국한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상원은 12일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을 찬성 93 표, 반대 5 표의 압도적 지지로 인준했습니다.
국내외 여러 현안에서 첨예한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카터 지명자를 압도적으로 인준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앞서 상원 군사위원회도 지난 10일 카터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카터 지명자는 다음주 취임식을 갖고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뒤를 이어 한 해 6천억 달러의 예산을 사용하는 미국 국방부의 수장으로 업무를 시작합니다.
카터 신임 국방장관은 학계와 관계에서 오랫동안 국방 분야를 전문으로 다뤄 국방 무기체계와 예산, 국제 군사 분야에 해박한 전문가입니다. 명문 하버드대학 교수를 거쳐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국방부 차관과 부장관을 지내는 등 국방부 내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카터 국방장관은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 단호한 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06년에 주장한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타격론 입니다.
카터 장관은 당시 ‘워싱턴포스트’신문에 페리 전 국방장관과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무장을 용인할 수 없다며, 미국이 미사일 기지 선제타격 의지를 북한 정권에 분명히 과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강한 대북관은 지난 200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선언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으로 위기가 고조됐을 때 언급한 발언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카터 장관은 당시 공영방송인 ‘P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옛 소련의 체르노빌처럼 심각한 방사능 노출을 야기하지 않고 영변의 핵 시설을 정밀타격할 능력이 있고, 북한 정권이 무력으로 반발할 경우 몇 주 안에 북한 군과 정권을 파괴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터 장관은 또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의 속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개혁개방이나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외부 세계에 적대적인 주체사상을 기조로 삼고, 내부적으로는 압제정권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편입하라는 구호는 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카터 지명자는 미국 정부가 북한 핵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금지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카터 장관은 지난 2011년 상원 군사위원회의 국방부 부장관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미 본토와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한편 워싱턴의 소식통들은 카터 장관이 지난해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장관으로 일한 점을 들어, 기존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윤국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