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정부가 막아선 안 된다는 공식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북한은 이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인권 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독립 정부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한국 정부가 이를 저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이에 대해 북한이 물리적 타격을 위협하는 것은 국제 인권규범과 국제법에 어긋나는 만큼 한국 정부가 이를 이유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국가인권위는 다만 접경지역 주민 등 국민에 대한 안전 조치가 전제된 상태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가인권위의 이 같은 의견 표명은 최근 한국 법원이 대북 전단 살포가 국민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면 제지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과는 좀 다르게 표현의 자유에 보다 강조점을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지난달 26일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대북 전단 살포를 막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 표명안을 의결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북한의 물리적 타격 때문에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국민의 활동을 제지하는 것은 북한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 한국 정부 스스로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원위원회에서 일부 위원들은 표현의 자유보다 북한 포격에 노출되는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공익이 더 큰 만큼 살포 제지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대북 전단 살포 중단과 관련해 민간단체 대표들을 면담하고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입니다.
[녹취: 임병철 한국 통일부 대변인] “해당 지역 주민들의 신변안전에 대한 위험이 그동안 발생할 때도 있었고 또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4일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한국이 겉으로는 대화를 말하지만 뒤로는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한국 측이 삐라 살포 저지가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태도라고 `조선중앙통신'은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