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개발은행이 창립 준비에 들어가면서 북한의 참여 여부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어떠한 국제개발은행도 북한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가 가입신청 절차를 끝내고 1일부터 본격적인 창립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과 한국도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북한의 가입 여부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영국의 인터넷 매체인 `이머징 마켓'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월 중국에 특사를 보내 AIIB 가입 의사를 전달했지만 퇴짜를 맞았습니다. 북한의 금융과 경제 체제가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준에 미치지 못해 가입이 거부됐다는 겁니다.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아직 사실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개발은행에 참여할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동아태 담당 부총재 고문입니다.
[녹취: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They don’t produce economic...”
북한은 경제와 금융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개발은행에 가입해 국내 기간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상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북한은 지금까지 기본적인 통계조차 투명하게 밝힌 적이 없다고 뱁슨 전 고문은 지적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도 다른 국제개발은행과 다를 바 없다는 게 뱁슨 전 고문의 설명입니다.
[녹취: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They’re setting this up...”
중국이 설립하고자 하는 건 국내은행이 아니라 국제기구인 만큼 가입국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투명하고 국제적인 수준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기획재정부의 송인창 국제금융국장은 지난달 27일 한국의 AIIB 참여를 공식 발표하면서,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회원국이어야 AIIB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가입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AIIB 총회의 승인을 거치면 비회원국에도 자금을 주고 투자할 수 있는 만큼 북한도 AIIB의 투자 지역이 될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도 세계은행의 경우 총회의 승인을 얻어 팔레스타인과 동티모르 등 비회원국에 개발자금을 지원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테러 지원과 군사 도발 등 여러 결격 사유 때문에 세계은행 총회에서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겁니다.
뱁슨 전 고문은 AIIB가 동북아시아 개발은행을 설립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자는 한국 정부의 구상과 부합하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I think it changes the environment...”
AIIB의 설립은 북한이 국제금융체제의 운영 방식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 대화의 환경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비록 AIIB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국제금융기구 가입 조건을 분명히 깨닫고 투명한 금융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뱁슨 전 고문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