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안보정책협의회가 5년여 만에 열렸습니다. 일본은 방위 활동 과정에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겠다며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일 안보정책협의회가 1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렸습니다.
과거사 갈등을 겪고 있는 두 나라가 외교와 국방 라인 국장급이 참여하는 ‘2+2’ 형태의 안보정책협의회를 연 것은 5년여 만의 일입니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 정부 당국자는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일본 측이 안보법제 정비나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면서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고 이를 투명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일본이 방위안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내용의 각의 결정을 한 뒤 한국 내에서 일본의 안보법제 정비와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임을 일본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 측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련 논의의 동향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고 일본 측의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일본의 안보법제 정비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이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주변국들의 의구심과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측은 또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가능한 이른 시기에 개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제반 여건을 고려해 추진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 측에선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그리고 일본 측에선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왔습니다.
또 박철균 한국 국방부 국제정책차장과 스즈키 아쓰오 일본 방위성 방위정책국 차장이 각각 차석대표로 참석했습니다.
한-일 안보정책협의회는 지난 1997년 양국 외무장관 회담 합의에 따라 이듬해인 1998년 1차 회의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양국 간 과거사 등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2009년 12월 제9차 회의를 끝으로 그동안 중단됐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