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선전선동 분야를 총괄해 온 김기남 노동당 비서의 좌천설이 제기됐습니다. 최근 들어 공식 행사에 나타나지 않거나 모습을 보여도 방청석에 앉아 있는, 보기 드문 장면들이 잇따라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3차 회의.
김기남 노동당 선전담당 비서가 늘 앉던 주석단 대신 방청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에 잡혔습니다.
그의 옆자리에는 리재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어 14일 열린 김일성 주석 103회 생일 기념 중앙보고대회에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주석단에 앉은 고위 간부 15 명을 일일이 소개했지만 그의 이름은 호명하지 않았습니다. 또 방청석에서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김기남 비서가 최근 들어 이렇게 주요 행사에 불참하거나 참석을 해도 주석단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잇따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 3대에 걸쳐 우상화 선전선동을 총괄했고 당 정치국 위원인 그의 위상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 비서는 1966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시작으로 `노동신문' 책임주필에 이어 1990년대 이후 선전선동부장과 선전담당 비서로 활약하면서 3대에 걸친 권력세습의 정당성 확보와 우상화에 공을 세운 실세입니다.
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와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비서가 업무 수행과 관련해 좌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최근 몇 가지 선전선동에 대해서 조금 매끄럽지 못한 부분 이런 데 대해 일종의 강등 차원에서 제1부부장으로 강등된 게 아니겠느냐 이렇게 분석을 해봅니다.”
올해 86 살인 김 비서가 고령을 이유로 스스로 물러났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는 선전선동의 정치적 비중과 시대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김 비서가 스스로 한계를 느꼈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세종연구원 박사] “김기남이 주석단에 앉지 않고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는 것은 그가 사실상 선전담당 비서에서 물러나 정계에서 은퇴해 원로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체제 들어선 김 비서 대신 리재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김 제1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며 선전 분야를 사실상 총괄하고 있습니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김 비서가 스스로 물러났다면 김 제1위원장의 여동생으로 현재 당 부부장을 맡고 있는 김여정의 자리를 비워놓기 위한 노련한 처신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이와 함께 좌천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 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전날인 지난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22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선 주석단에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에 앞으로 행보를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