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사 사죄를 분명히 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대일 외교에서 실리외교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 트랙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아베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의 내용에 대해 미국에서도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아베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실한 사과로 이웃국가들과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고 스스로 과거사 문제에 매몰돼 가고 있다고 해도 한국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라고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아베 정권의 역사관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외교는 과거사에 매몰되지 않고 소신과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사 문제와는 별개로 미-한 동맹과 한-일 관계, 한-중 관계 등의 외교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갖고 추진하는 만큼 각 사안에 따른 목표 달성을 위해 소신 있게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경제를 위해서도 외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면서도 강력한 외교와 실리외교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고 언급함에 따라 일본 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 현안과 사실상 연계된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 등의 원칙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아베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일 간 새로운 밀월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이 외교적 고립에 빠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한국 내에서 나오는 가운데 기존 외교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 출석해 대일 외교전략과 관련해 역사 문제에는 단호하지만 북 핵 문제 등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경제와 문화 협력은 강화한다는 투 트랙 전략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병세 외교부 장관] “아울러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과 우리의 동맹정책 간 시너지를 제고해 나가는 한편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나가고자 합니다.”
윤 장관은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쉽게 양보하는 정책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독일 유럽연합 등과 협력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종전 70주년 담화에 과거사 사죄가 담기도록 촉구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윤 장관은 또 일본이 일제시대 한국인 강제 징용시설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인류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보호하는 세계유산협약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