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이 새로운 대북 접근방식을 주문했습니다. 현 상태에서는 북한을 핵 협상으로 끌어내기도 어렵고,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에서 3일 ‘북한의 도전과 한반도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미국과 한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이 토론을 벌였습니다.
토론자들은 현재 상태로는 북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천영우 전 한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원하는 핵 협상 조건은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전 한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I think he wants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서 정치, 경제적 보상을 받으려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핵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북한의 이른바 ‘병진 노선’이 허술한 대북 제재로 인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천영우 전 수석은 지적했습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이란의 경우 외부 세계와 교류가 많은 중산층이 두텁기 때문에 제재가 효과를 발휘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These problems are extremely difficult...”
북한 문제는 해결이 매우 어렵고 해법을 놓고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많기 때문에 임기가 2년 밖에 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이 산적한 다른 국제 현안에 몰두해 북한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토론자들은 북한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새로운 접근방식을 주문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1994년 자신이 대북 핵 협상을 맡았을 때나 지금이나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며, 이를 알아보기 위한 탐색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 “This problem does not get better...”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될 뿐이며 확산 위험까지 안고 있는 만큼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대북 협상은 미국, 한국, 북한 각국의 국내정치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를 관철하는 데는 대단한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갈루치 전 차관보는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안보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되겠지만 이를 계기로 대북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오히려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중단되고 대북 제재 강화로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협상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현재로서는 북한이 협상에 나설 정치적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더 광범위한 형태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차관보] “I think we need to think not just...”
핵 협상에 국한하지 말고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방안과 함께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 문제에 관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 포괄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천영우 전 수석도 외교야말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최선의 방법이지만 북한의 6자회담 복귀만을 요구하기 보다는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변화시켜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즈워즈 전 특별대표는 대북 협상 의제를 비핵화에 국한한다면 북한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패한 국가’로서 북한이 동북아시아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