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전 차관보 "북 핵 협상 초기부터 영변 외 핵 시설 의심”

지난 2004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 핵 협상에서 제임스 켈리 당시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당당 차관보(오른쪽)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은 북한과의 핵 협상 초기부터 영변 이외의 추가 핵 시설 존재 가능성을 주시해 왔다고 전직 국무부 고위 관리가 밝혔습니다. 6자회담에 참여해 온 미 당국자 모두 일찍부터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해왔다는 설명입니다. 보도에 백성원 기잡니다.

미국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 비밀 핵 시설이 존재할 것으로 의심해 왔다고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I can’t imagine anybody who has worked on North Korea very long who thought that all of their nuclear activities were bounded by, whatever boundaries exist, Yongbyon. There had to be other locations…”

켈리 전 차관보는 8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영변 이외에 추가 비밀 핵 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 미 국무부의 보고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 핵 협상에 참여했던 미 관리들 가운데 누구도 북한의 모든 핵 활동이 영변에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특히 1998년 북한 금창리 지하 핵 시설 의혹을 예로 들며, 제3의 핵 시설 존재 가능성은 일찍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을 북한에 파견하는 등 현장 조사를 실시했지만 텅 빈 동굴을 확인했을 뿐 의혹시설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측 수석대표로 6자회담에 참여했던 켈리 전 차관보는 북한이 2002년 10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인하면서 그런 의심이 더욱 짙어졌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In 2002, when it became apparent that the uranium enrichment efforts was quite substantial, so that was certainly the time…”

당시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은 방북한 켈리 전 차관보에게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 부인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2차 핵 위기'가 불거졌습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북 핵 협상이 늘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방향으로 귀결된 것은 이처럼 북한의 추가 핵 시설 존재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핵 시설 검증을 약속한 것은 유용한 절차였지만, 이 때도 미 관리들은 북한의 다른 지역까지 접근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북한에 미신고 핵 시설이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오히려 협상의 필요성을 더욱 높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That certainly didn’t impede the beginning negotiations; that’s the purpose of the negotiations to get beyond denials that may be made and deal with the problem as it is seen as a whole.”

북한이 수 년 간 우라늄 농축 활동을 부인해 온 것이 협상을 시작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을 뿐아니라 오히려 협상을 통해 전반적인 문제를 다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입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상대적으로 은닉하기 쉬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등 비밀 장소와 관련 활동을 밝혀내는 게 비핵화 과정의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