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러 미 특사 "북한 고립 탈피하면 협상 가능"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인 시드니 사일러 국무부 북핵 특사가 27일 서울에서 김건 한국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면담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북한이 외교적 경제적 고립을 벗기 위한 새로운 선택을 한다면 미국도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타결된 이란 핵 협상 과정은 미국의 유연함을 보여 준 좋은 실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 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시드니 사일러 국무부 북 핵 특사는 27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만나 북 핵 문제 등을 협의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이란 핵 협상 타결에 보여 준 미국의 유연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시드니 사일러 미 국무부 북 핵 특사] “And it demonstrates our flexibility when DPRK makes a decision that it wants to choose different path…”

사일러 특사는 이란 핵 협상 타결은 상대방이 타협 의지를 갖고 있을 경우 미국의 협상 의지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예라며 북한이 다른 선택을 결정하면 미국도 유연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사일러 특사는 미국은 오랜 기간 다른 입장에 있던 상대방과 해당 현안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적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 길을 선택하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다음달 초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에서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에 대해선 가까운 미래에 북한과 접촉할지 알 수 없다며 미국은 오랜 시간 북한으로부터 대화를 거부당했고 한국도 같은 좌절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압박과 대화라는 이른 바 ‘투 트랙’ 대북 접근법에 대해선 일관성을 강조해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사일러 특사는 특히 압박은 북한 지도층을 설득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핵 개발 진전을 막고 대화 재개를 위한 필요한 조건들을 만들어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사일러 특사는 한국에 이어 28일 중국, 그리고 30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합니다.

사일러 특사의 이번 순방은 이란 핵 협상 타결을 계기로 북 핵 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사일러 특사는 베이징에서 중국 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샤오첸 외교부 한반도사무 부대표와 협의합니다.

사일러 특사의 일본 방문 땐 한국의 김건 단장도 도쿄를 찾아 31일 일본의 6자회담 차석대표인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참사관과 3자 회동을 갖습니다.

미-한-일 세 나라 6자회담 차석대표가 만나는 것은 지난 5월 도쿄에서의 동북아시아협력대화를 계기로 열린 회동 이후 처음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 관련 대화 거부와 하반기 도발 가능성, 북-중 관계 변화 가능성, 그리고 이란 핵 협상 타결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라며 연쇄접촉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일련의 협의를 통해 현 교착 상황을 타개하고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본부장도 지난 19일부터 닷새 간 중국을 방문해 중국 당국자와 조야 인사들을 두루 만나 심도있는 협의를 했습니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중국에서 귀국한 직후 김 대표와 통화해 자신의 방중 결과와 김 대표의 방일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중국 측은 특히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북 핵과 관련한 북한 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북한이 대화와 도발 가능성이 모두 있는데다 북-중 관계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북한의 동향을 한층 더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한-중 간에 이란 핵 협상 타결을 긍정적 계기로 살려나가야 한다는 공통의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9월 3일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과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등 북-중 관계와 북 핵에 큰 영향을 미칠 계기가 잇따르는 향후 몇 달 간이 북 핵 문제 전개에 중대 고비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