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룡해, 시진핑 접견 불발..."소원한 북-중 관계 지속될듯"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성루 위에서 방중 대표단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았던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시진핑 국가주석과 따로 만나지 못한 채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에 따라 껄끄러운 북-중 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 참석 차 베이징을 방문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따로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비서와 시 주석의 단독 면담 여부는 북-중 관계가 냉랭해진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 전달 가능성 때문에 관심을 모았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평양방송'은 최 비서가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뒤 3일 오후 귀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 비서는 지난 2일 선양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한 뒤 여러 차례 시 주석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2일 밤 댜오위타이에서 이뤄진 시 주석과 각국 대표단과의 단체접견 행사와 시 주석 내외가 마련한 환영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이어 3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과 오찬 리셉션에 참석했고 시 주석 부부가 열병식 행사 직전 개최한 외국 정상과 대표들을 위한 환영행사와 기념촬영에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시 주석과의 별도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도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시 주석과의 면담도 없었고 김 제1위원장의 친서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최 비서는 특사로서가 아니라 축하 사절로 행사에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오랜 동맹관계였던 중국에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면서도 핵 문제 등을 둘러싸고 중국이 보인 최근 행동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입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친서를 전달한다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이 직접적인 자기의 의사를 보내는 것이고 그랬다면 최룡해를 좀 더 대우해서 보냈을 거라고요. 예를 들면 전용기를 내준다든가 그런데 일반기를 갈아타서 보낸다든가 한 것은 김 제1위원장의 복심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특사로서 간 것도 아니고 친서를 가져갔다고 보기도 어렵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도 북한이 처음부터 시 주석과 만날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며 여러 나라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제 행사에 특사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승절 행사 이후에도 북-중 관계가 회복되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장용석 박사는 중국이 이번 행사에서 박근혜 한국 대통령에게 베푼 극진한 대접은 김 제1위원장을 매우 불쾌하게 했을 것이라며 이번 행사가 북-중 관계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당분간 현재와 같이 미묘한 긴장 즉, 중국이 북한의 태도를 요구하고 북한은 중국의 요구에 대해 자주성을 내세우면서 일종의 거부감을 표현하는 이런 긴장과 경색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는 북한 지도부가 기분은 나빴겠지만 이번 행사가 향후 북-중 관계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일단 북한으로서도 축하사절을 보내 체면치레를 했고 중국도 열병식 참관 때 국가 정상이 아닌 최 비서를 비록 끝자리지만 맨 앞줄에 자리하게 함으로써 현재의 불편한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최 비서가 시 주석을 만나진 못했지만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같은 핵심 인사를 만났다면 이번 행사가 향후 북-중 관계에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