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1년 8개월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1차 상봉 행사 첫 날인 오늘,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60여 년 만에 꿈같은 재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금강산면회소는 혈육을 만난 기쁨과 회한의 눈물로 가득 찼습니다.
피난 길 잠깐 외출하고 돌아오겠다던 아버지는 65년이 지나서야 아들을 만났습니다.
북측 이산가족 중 최고령자인 88살 채훈식 할아버지는 갓난아기였던 아들이 예순이 넘은 할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꿈에 그리던 아들을 살아서 보게 된 채훈식 할아버지는 왜 이제서야 아들을 만나게 됐는지 지난 세월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헤어진 아버지를 만난 딸은 아버지를 부둥켜 안으며 오열합니다.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휠체어에 의지한 채 구순의 노인으로 돌아오자 예순이 넘은 딸은 말을 잇지 못합니다.
꽃다운 나이에 헤어진 누나를 만난 71살 박문수 할아버지는 거칠어진 누나의 손을 부여잡고 정성껏 준비해온 영양제와 로션을 건네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60여 년 동안 간직했던 그리움을 쏟아내기엔 한없이 시간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첫 단체상봉에서 북측의 96 가족 141 명이 한국에 있는 가족 389 명을 만났습니다.
이 가운데 5가족은 헤어진 부모와 자식을 만났습니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이어 저녁 7시 반부터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상봉 첫 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둘째 날인 21일에는 금강산호텔에서 가족별로 비공개 개별상봉을 가지게 됩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어 점심식사를 함께 한 뒤 오후에 다시 단체상봉을 하는 등 모두 3 차례 만남을 이어갑니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마지막 날인 오는 22일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 3일 간의 상봉 일정을 마무리한 뒤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2박3일 동안 모두 6 차례, 12 시간에 걸쳐 혈육의 정을 나누게 됩니다.
한국 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오전 8시 반쯤 홍용표 한국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집결지인 속초를 떠나 금강산으로 향했습니다.
한국 측 상봉단 가운데 77살 김순탁 할머니와 83살 염진례 할머니는 천식과 디스크 증세로 구급차를 타고 이동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상봉에는 고령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남측에서 의료진 12 명과 구급차 5 대가 동행했습니다
한국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전날 (19일) 속초에서 한국 측 이산가족들을 만나 오랜 시간 가족들을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며 상봉 정례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장관은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위해 여러 작업을 하고 있다며 북한과 최선을 다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24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2회차 상봉에서는 한국 측 90 가족이 북측 가족 180여 명을 만납니다.
지난 8월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라 이뤄진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00년 8월 이후 20번째로, 한국의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두 번째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