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건설 일을 하며 연간 미화 2백 달러에서 3천 달러를 버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문가들의 현지 실태 보고서 내용을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은 4일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애리아 일본 와세다대 교수와 이창호 한국 한양대 교수가 현지 조사를 통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8월 현재 연해주 이민국에 등록된 북한 노동자 수는 7천3백여 명이고 대부분 건설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연간 미화 200 달러에서 최대 3천 달러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 측에서 통상 북한 노동자 1 명에게 월 800 달러를 지불하는 것에 비춰볼 때 매우 적은 액수입니다.
보고서는 현지 북한 관리회사가 러시아에 내는 세금과 사회보험료, 북한 당국에 내는 ‘계획분’을 제외하고 노동자들에게 돈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당국에 내는 계획분은 1인 당 월 240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또 북한을 출발할 때 교통비와 비자 수수료, 기숙사 식비 등의 명목으로 1천 달러가량의 빚을 지고 일을 시작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노동자들은 간부들에게 지급하는 `상납금' 이외의 급여는 모두 자신 몫이기 때문에 정해진 노동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개인적으로 청부 일을 맡기도 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또 현지에서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사업소는 군대식 위계로 이뤄져 있고, 작업을 나갈 땐 반드시 2 명에서 5 명씩 조를 짜서 움직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숙소로 돌아오지 않고 작업장에서 머무는 경우에는 보위부 요원과 직장장이 불시에 찾아와 검열을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러시아에 파견되기 위해 큰 빚을 지고 왔기 때문에 이들은 본국 송환을 가장 두려워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하지만 본국 송환의 위협을 받거나 술과 도박에 빠지고 북한의 이념에 환멸을 느낀 일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동자들이 무작정 사업소를 이탈하는 경우가 많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은 벌목공 등 단순노동직보다 수입이 높고, 가족들이 다 북한에 있기 때문에 탈북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러시아에 체류한 지 3개월에서 6개월만 되면 일감을 찾는 요령 뿐아니라 인터넷과 TV 등을 통해 외부세계, 자본주의 세계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게 되며 수익을 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은 귀국 후 신분 상승 혹은 세탁을 통해 다시 러시아로 돌아온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현재까지는 러시아 관리들이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사례를 눈감아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와 공조해야 하는 사업이 늘면서 결국 북한 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큰 국제적인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현지에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중국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기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따라서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자 파견 정책을 수립하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점차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