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2. 북한 내부 권력구도

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불경죄로 총살됐다고 지난 5월 한국 국정원이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16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현영철 북 인민무력부장(오른쪽 앞)이 광명성절(김정일의 생일)을 맞이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15년 을미년이 저물어 갑니다. VOA는 올 한 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주요 관심사들을 정리하는 특집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남북관계, 북한 내부 권력구도, 미-북 관계, 북한인권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보내 드리는 특집보도,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 내부 권력구도를 살펴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반당 반혁명 분자로 지목돼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수 백 명의 북한 군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4월부터 숙청설이 제기됐지만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기록영상물에서 모습이 지워지지 않아 의문을 낳았던 현영철이 잔혹한 방식으로 최후를 맞았음을 확인한 겁니다.

국가정보원은 숙청 뒤에도 현영철의 모습이 북한 TV에 계속 등장한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신경민 의원입니다.

[녹취: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처형 간부 흔적 지우기가 대외적으로 처형을 공식화하는 근거로 활용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 흔적 지우기 작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이어 지난 11월엔 한 때 김 제1위원장의 오른팔로까지 여겨졌던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신변에 이상징후가 감지됐습니다. 바로 빨치산 1세대 리을설의 장례식 때였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조선인민군 원수인 고 리을설 동지의 장례식이 11일 평양에서 국장으로 엄숙히 거행됐습니다.”

리을설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최룡해의 이름이 빠졌고 이후 그의 모습은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룡해가 백두산발전소 토사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지방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는 김 제1위원장이 집권 4년 만에 유일지도체제 구축을 마무리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집권 초 자신을 보좌하는 핵심 측근이었던 군부의 리영호와 친인척 세력의 장성택을 2012년과 2013년 각각 제거한 뒤 올해 빨치산 후손 그룹의 대표주자인 최룡해까지 무력화 시킴으로써 상층부 권력장악을 끝냈다는 분석입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최룡해를 혁명화 교육을 보내면서 전반적으로 김정은의 상층부 권력장악이 마무리됐고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김정은을 유일신으로 바라보는 그런 유일지도체제가 정립이 됐다, 저는 그렇게 평가합니다.”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불경스런 언행이 숙청의 빌미가 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의 경우엔 잔혹한 방법으로 처형함으로써 최고 지도자의 절대권력에 대한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했다는 관측입니다.

김 제1위원장의 측근 자리를 새롭게 채우고 있는 인물들로는 당 조직지도부나 군 총정치국 출신들이 눈에 띕니다.

조직지도부 출신으로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올해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핵심 요직에 잇따라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영철 후임으로 인민무력부장이 된 박영식도 총정치국 출신이고 지난해 4월 평양시당 책임비서가 된 김수길 또한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진무 박사는 이들에 대해 김 제1위원장의 친정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용도로 발탁된 인물들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김정은의 인사가 조직지도부나 총정치국 출신으로 조직 장악, 정권 보위에 앞장 서 있던 인물들을 끌어들여서 핵심 포스트에 앉힌다는 거죠. 이 것은 다시 말해서 김정은이 그 사람들이 조직 장악능력이 높다고 보고 실무적 능력이나 경험보다는 조직을 장악해서 정권을 안정시키는 데 더 주력한 인사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올 들어 급부상한 인물로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조 부부장은 조직지도부의 말단 지도원과 과장을 거쳐 지난해 부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 들어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 수행 횟수가 황병서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특히 50대의 젊은 나이로 김정은 시대 권력층 세대교체의 대표주자라는 관측입니다.

이른바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김 제1위원장의 패밀리 그룹에선 여동생 김여정의 역할 확대가 두드러집니다.

올해 28살인 김여정은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을 맡으면서 선전선동부와 서기실의 실질적 책임자라는 관측입니다.

반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제1위원장의 고모 김경희는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지난 2013년 12월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사실상 정치무대에서 은퇴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는 김여정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커지겠지만 아직은 패밀리 그룹이 김 제1위원장 친정체제의 핵심 세력이 될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패밀리 그룹에만 의존하는 것은 명백한 한계가 있고 당에선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 군에서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공안기관에선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의존해서 통치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이 내년 5월 7차 당 대회를 통해 전면적인 권력층 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내년 7차 당 대회를 계기로 해서 전면적인 파워엘리트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이 되고요, 특히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 그리고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직에 새로운 젊은 엘리트들의 진출이 대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박사는 외견상 김정은 정권이 안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김 제1위원장은 여전히 자신의 권위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특히 내년 7차 당 대회에서 대규모 세대교체가 이뤄질 경우 자리에서 밀려나는 구 세대 엘리트들의 불만을 차단하기 위해 김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