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2천 년 전 고대 로마제국과 비슷하다고 영국인 교수가 분석했습니다. 고위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례를 꼽았는데요. 조은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고대 최대의 제국인 로마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2천 년의 시차를 넘어 놀라울 정도로 유사성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로마는 이탈리아반도와 유럽, 지중해를 넘어 북아프리카와 페르시아, 이집트까지 지배했던 고대 최대의 제국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로마시대에 사용된 라틴어 문학을 가르치는 스티븐 해리슨 교수는 28일 영국 `BBC 방송' 인터넷 판에 ‘로마와 북한의 처형’이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해리슨 교수는 이 글에서 최영건 내각 부총리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 올해 북한 고위관리들의 처형 소식은 로마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상기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로마 황제들은 특정 개인에게 조언을 구하며 의존하다 신뢰를 잃거나 지겨워지면 제거했다고 해리슨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극적인 방식의 공개처형은 누가 실제 권력을 잡았는지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며 복종을 이끌어낸다는 것입니다.
해리슨 교수는 로마제국 시절 처형된 사례들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티베리우스 황제는 친위대장인 세이아누스 장군에게 로마 통치를 맡기고 카프리 휴양지에서 휴식을 취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습니다. 하지만 티베리우스 황제는 세이아누스 장군을 의심했고, 상원에 불러 자신이 보낸 편지를 듣도록 했습니다.
세이아누스 장군은 이 편지에 자신의 승진과 황족과의 결혼 내용이 담긴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사형이 선포됐습니다. 그의 시체는 조각 나 로마 길거리에 뿌려졌습니다.
‘칼리굴라’로 더 잘 알려진 가이우스 황제는 잔혹한 공개처형을 자주 했습니다.
네로 황제는 자신의 즉위에 공을 세운 공신 4 명을 재임 8 년 만에 모두 제거했습니다. 친위대장 부루스에게는 독약이 내려졌고, 철학자 세네카는 욕조에서 혈관을 끊도록 강요 당했습니다.
해리슨 교수는 김 제1위원장과 로마 황제들이 심복을 처형한다는 점 외에도, 이런 사건들이 세상에 알려지는 방식이 비슷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모두 적대적인 출처로부터 나왔다는 것입니다.
해리슨 교수는 초기 로마제국 시대에 대한 주요 출처는 수에토니우스와 타키투스의 저서라면서, 폭군인 도미키아누스 황제의 통치를 견뎌낸 이 두 사람은 황제체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에토니우스와 타키투스가 로마 황제체제에 비관적이란 점에서, 또 한국은 북한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여전히 전쟁 중이란 점에서 사건을 전하는데 있어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해리슨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해리슨 교수는 강력한 정보통제로 진공 상태가 발생할 때 반대편이 그 빈자리를 메우며 폭군적 통치라는 고정관념을 퍼트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정치적 반대 측을 악마화 화려는 본성이 있다는 점과, 편향된 보도는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조은정입니다.